글 읽기 : CGWORLD - アニメ CG 現場 2017
밤새 뒤척이다 결국 새벽에 일어나 다시 그 CGWORLD 기사를 펼쳐 들었다. 이전에는 작화나 3D 모델링 같은 눈에 보이는 제작 과정에 감탄했다면, 이번에는 '촬영(撮影)'이라는, 어찌 보면 최종 마무리 단계에 숨겨진 신카이 감독 특유의 집요함과 기술적 깊이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내가 얼마나 껍데기만 보고 있었는지, 이 영화의 진정한 마법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촬영. 단순히 그려진 그림들을 합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무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기사는 이 단계가 '너의 이름은.'의 독보적인 영상미를 완성하는 핵심 열쇠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촬영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색 변경(色替え)'과 '효과 추가(効果足し)'였다. 통상적인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에서는 색채 설계가 끝나면 그 색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신카이 감독의 현장에서는 다르다. 캐릭터 셀과 배경이 합성된 이후, 최종 화면을 보면서 After Effects(AE) 같은 툴을 이용해 배경을 포함한 전체 색감 밸런스를 재구성하고, 심지어 하이라이트나 디테일 같은 특수 효과까지 이 단계에서 덧붙인다. 이건 단순한 보정 수준이 아니다. 거의 재창조에 가깝다. 분업화된 시스템의 경계를 허물고, 최종 결과물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촬영' 단계에서 행사하는 것이다. '신카이 감독 스타일(新海監督流)'이라는 이 방식은, 그가 소규모 개인 제작에서 출발했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강점을 가진다. 배경과 캐릭터 셀이 따로 노는 듯한 이질감을 없애고 완벽한 조화(馴染み)를 이루게 하며, 각 컷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외부 스태프가 "촬영에서 색은 건드리지 않아요"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그의 방식이 얼마나 업계의 통념을 깨는 것인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논리는 명확하다. 실사 영화처럼 컷마다 광원과 카메라 위치가 다르면 색도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며, 최종 단계에서 이를 조율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완성도 높은 화면을 만든다는 것. 이것은 엄청난 효율성이자 통제력이다. 최종 결과물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그것을 구현할 기술력이 있다면 기존의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 틀을 깨고 최적의 워크플로우를 직접 설계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해야 할 방식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기존 시스템에 안주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모든 규칙을 다시 쓰는 과감함. 이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촬영 시 '보케(ボケ - 흐림 효과)'에 대한 집착 역시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카메라 렌즈의 피사계 심도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림으로서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 카메라적으로는 틀렸을지라도, 배경의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고 '그림적으로 기분 좋은' 보케를 의도적으로 연출한다. Lenscare의 Out of Focus나 Depth of Field 같은 플러그인을 사용하면서도, 마스크를 이용해 흐림 효과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조리개 모양(6각 보케 등)까지 커스터마이즈하여 '신카이 감독 작품다운' 샤프하면서도 공기감이 느껴지는 보케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기술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을 도구가 아닌 예술적 표현 수단으로 승화시키는 경지다.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고, 화면에 깊이와 분위기를 더하는 이 섬세한 조작. 이것은 단순히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관객의 감정을 조율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원하는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