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기 : CGWORLD - アニメ CG 現場 2017
'너의 이름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타키와 미츠하,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완전히 길을 잃었었다. 그 애틋함, 시간을 초월하는 간절함,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영상들. 그저 '좋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렸다. 그 후로도 몇 번이고 영화를 다시 보며 그 감동의 여운을 되새겼지만 그 아름다움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애니메이션이니까 그냥 그림을 잘 그려서 움직이게 한 거겠지, 하고 막연하게만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너의 이름은.'의 제작 과정을 다룬 일본 잡지의 특집 기사를 발견했다. 빼곡한 글자들과 낯선 전문 용어들. 콘티, 레이아웃, 작화, 촬영… 처음에는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내가 알던 '너의 이름은.'과는 너무나 다른, 차갑고 기술적인 단어들의 나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나의 깊은 애정은 그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내고 싶다는 강렬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나는 사전을 찾아보고 문맥을 더듬으며 기사를 한 줄 한 줄 곱씹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복잡한 공정들 속에 숨겨진 의미와 노력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감동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것은 마치, 아름다운 그림 뒤에 숨겨진 화가의 붓 터치 하나하나를 발견하는 듯한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가장 먼저 내 시선을 끈 것은 영화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콘티 제작 과정이었다. 신카이 감독이 단순히 이야기를 쓰는 것을 넘어, 영상의 모든 것을 담는 이 콘티 작업에 엄청난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루 15시간씩 콘티 작업에 매달렸다는 그의 말에서 이 영화에 대한 남다른 기개가 느껴졌다. 특히 '너의 이름은.'에서는 '비디오 콘티'라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비디오 콘티는 단순히 그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영상의 길이와 타이밍을 염두에 두고 만드는 영상 형태의 콘티다. Storyboard Pro라는 전문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그림뿐만 아니라 시간축, 심지어 감독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한 가이드 음성까지 넣어 영화 전체의 리듬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를 보며 느꼈던 그 완벽한 호흡과 타이밍,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과 숨을 고르는 순간까지, 이 모든 것이 바로 이 비디오 콘티 단계에서부터 치밀하게 계산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전율했다. 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의 리듬감, 혹은 적막이 흐르는 순간까지도 마치 한 편의 긴 음악을 작곡하듯 완벽하게 컨트롤했다는 그의 비유는, 왜 이 영화가 그토록 우리의 감정을 섬세하게 어루만질 수 있었는지 설명해주었다.
콘티가 전체적인 뼈대라면 '레이아웃'은 각 장면, 즉 '컷'의 세부 설계도였다. 신카이 감독은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애니메이터가 아니기에, 실제 움직임을 그려내는 '원화' 작업은 전문 애니메이터들에게 맡긴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전 단계인 레이아웃에서 자신의 모든 연출 의도를 쏟아붓는다. 기사에는 "레이아웃에 캐릭터의 연기나 사이즈, 카메라 앵글, 배경을 넣는 방식, 라이팅 등, 씬을 성립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전부 넣어두었다"는 감독의 말이 인용되어 있었다. 이것은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 애니메이터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감독이 설계한 이 상세한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캐릭터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연기자이기도 한 것이다. 카메라가 어디서 인물을 비추고, 인물이 화면 안에서 얼마나 크게 보이며, 어떤 표정과 몸짓을 하고, 배경은 어떻게 어우러지며, 빛은 어디서 들어와 어떤 분위기를 만드는지까지, 이 모든 정보가 레이아웃 한 장에 담겨 애니메이터에게 전달된다. 안도 마사시 작화 감독이 신카이 감독의 레이아웃을 다시 수정하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는, 최고의 장면을 만들기 위한 협업과 끊임없는 고민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 감탄스러웠다.
실제 그림을 그리는 '작화' 단계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실력파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기사에서는 그들을 '장인 정신이 있고, 구도적이며, 수행승 같은 분들'이라고 묘사했는데, 이는 그들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기술과 집중력으로 작업에 임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에서는 애니메이터 개개인의 '색깔(味)', 즉 개성이 효과적으로 발휘되었다는 설명이었다. 어떤 장면에서는 인물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극도로 사실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다가도 다른 장면에서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데포르메)을 통해 경쾌하고 기분 좋은 움직임을 선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키와 미츠하가 서로의 몸짓을 어색하게 따라 하거나, 당황하며 넘어지는 장면들의 코믹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바로 이런 애니메이터들의 개성이 녹아든 결과일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작화가 모여 하나의 통일된 세계관 안에서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은 안도 작화 감독의 뛰어난 역량과 전체를 조율하는 신카이 감독의 연출력 덕분일 것이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1650컷, 총 6만 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작화를 완성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3D 기술의 활용 방식 역시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영화의 핵심 주제인 '타키와 미츠하가 서로의 몸이 바뀌어 세상을 보는 경험'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특히 실내 공간 대부분을 3D 모델로 제작하여 누가 그리든 일관되고 사실적인 공간감을 표현하려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손으로 그린 배경의 따뜻함도 좋지만, 몸이 바뀐 두 사람이 느끼는 낯설면서도 현실적인 공간의 느낌을 위해서는 3D 모델링이 더 적합했을지도 모른다. 더욱 놀라운 것은 '3D 카메라 워크'의 적극적인 도입이었다. 인물이나 사물을 따라 카메라가 이동하는 '팔로우 컷'을 만들 때 단순히 배경 그림을 옆으로 밀어내는 전통적인 방식(기사에서는 '멀티' 또는 '레이어 촬영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3D 공간 안에서 카메라가 실제로 움직이며 원근감(퍼스)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신사(ご神体)가 있는 산 정상을 향해 카메라가 빙 둘러 올라가는 듯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그 입체감과 공간의 깊이는 바로 이 3D 카메라 워크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시도가 단순히 '신기함'을 넘어서, 2016년이라는 시대에 걸맞은 영상 언어로 관객에게 더 깊은 몰입감을 주려 했다는 감독의 고민이 느껴졌다. 초반과 종반에 이런 기법이 집중된 이유가 관객의 놀라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