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2025년 4월 12일호
Article: Zombie politics, how Dead Man dominates British politics
웨스트민스터의 복도에는 유령이 출몰한다. 정책 결정과 선거 전략의 중심에는 실재하는 유권자가 아닌, 이미 오래전에 무덤으로 들어간 과거의 망령, 이른바 '죽은 자(Dead Man)'가 버티고 앉아 있다. 이 이코노미스트의 신랄한 분석은 단순한 정치 비평을 넘어 현대 영국 정치가 어떻게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퇴행의 길을 걷고 있는지, 그 병리학적 진단을 제시한다. 이는 단지 해협 건너 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의 환영에 매달리는 모든 낡은 시스템에 대한 통렬한 고발이자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모든 의지를 옥죄는 보이지 않는 사슬에 대한 저항의 외침이다.
기사는 냉정하게 해부한다. 이 '죽은 자'는 누구인가? 2019년 총선 이후 세상을 떠난 이들, 주로 연령대가 높고,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으며, 브렉시트를 열렬히 지지했고, 권위주의적 성향을 보였던 유권자 집단이다. 영국 선거 연구(British Election Study) 데이터를 파헤쳐 보면 정치 컨설턴트들이 포커스 그룹 인터뷰 대상을 찾는다면 영안실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장소라는 섬뜩한 농담이 현실이 된다. 노동당은 이 망령의 눈치를 보느라 유럽연합(EU) 재가입이라는, 대다수 실제 지지자들이 열망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길 주저한다. 고작 수의학 협정이나 관세 동맹 같은 변죽만 울릴 뿐이다. 보수당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자신들의 텃밭이었던 부유한 남부 잉글랜드 유권자들의 현실적인 요구보다는 이 '죽은 자'의 환심을 사려는 정책에 골몰하며 동시에 REFORM UK와 같은 극우 포퓰리즘 정당에게 이 망령의 표를 빼앗길까 전전긍긍한다. 정치가 현실을 외면하고 허상을 좇을 때 사회 전체는 그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죽음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깊숙이 드리워져 있다. 정치가 세대 간의 단층선을 따라 극명하게 갈리면서 사신(死神)은 그 어떤 정치인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2024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역사적인 참패를 당했지만, 만약 70세 이상 유권자들만 투표했다면 오히려 사상 최고의 압승을 거두었을 것이라는 분석은 충격적이다. 자연적인 세대교체, 즉 '죽은 자'의 퇴장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현대 정치의 인구통계학적 결정론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죽은 자'의 영향력은 투표함을 넘어 정책 결정 과정에도 스며든다. 브렉시트라는, 이제는 살아있는 대다수 영국인들에게 실패한 실험으로 인식되는 정책이 여전히 정치 담론의 중심을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0년 이후 사망한 이들의 3분의 2가 EU 탈퇴를 지지했다는 사실은 왜 정치인들이 여전히 브렉시트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설명한다. 미국이 EU에 위협했던 20%가 아닌 10%의 관세를 영국 상품에 부과했을 때 보수당 그림자 내각 각료들이 "우리가 옳았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은 살아있는 유권자가 아닌, 이미 떠나간 이들의 인정을 받으려는 처절한 몸짓이었다. 노동당 의원들조차 마지못해 이것이 '브렉시트의 이점'이라고 인정하는 촌극은 현실 부정과 정치적 자기기만이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 이미 2019년이면 사망으로 인해 '탈퇴' 지지 다수는 소멸했을 것이라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치의 시계는 여전히 2016년에 멈춰 서 있다. 마치 상실한 팔다리가 여전히 아픈 환상지통(phantom limb pain)처럼, 존재하지 않는 지지 기반에 대한 집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