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과 민주주의의 충돌 – 중앙은행은 국민의 적인가?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금융위기 강의와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논란

영상 보기 : 유튜브 - Chairman Bernanke's College Lecture Series, The Federal Reserve and the Financial Crisis

이 강의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가 중앙은행과 금융위기의 역사를 강의한 것이다. 총 4개로 이루어져 있다. 좋은 강의이고 이 강의를 들으면 통화정책에 대해서 기본적인 앎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아래에 이 강의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추천하겠다. 이 강의는 그냥 들으면 되는 것이고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중앙은행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와 맞지 않은 기관이다. 한 번 길거리에서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누군인지 물어보자. 누가 알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선출직도 아닌 금통위원들이 모여서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금융기관의 채권을 구매할지 말지 결정한다. 그리고 그 결정 과정을 상세하게 밝히지도 않는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금리결정과정은 여전히 신비에 둘러싸여 있다. 오죽하면 Fed Watcher라는 사람들이 있겠는가?

한 번 국정감사를 보도록 하자. 국회의원이 대검찰청을 감사할 때와 한국은행을 감사할 때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행은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선출직인 국회의원들조차 한국은행 정책에 대해 강력한 의견 개진을 하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고 이에 따라 선출직이 당연히 더 큰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장관이든 한국은행 총재든 국회의원이 이들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임명직이 선출직을 넘어설 수는 없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독립성을 명분으로 하여 행정부는 물론이고 입법부조차 한국은행 정책 과정에 원칙적으로 관여할 수 없게 되어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어떻게 소수의 금통위원들이 자신들의 판단으로 매우 중요한 거시경제변수 하나를 움직일 수 있는가? 혹자는 말한다. 한국은행에 독립성을 주지 않으면, 즉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국민들이 한국은행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시작하면 한국경제가 포퓰리즘으로 향하게 되고 그 결과 한국은 베네수엘라 꼴이 될 것이라 말한다. 따라서 한국경제가 베네수엘라 꼴이 되지 않으려면 대통령, 국회의원, 심지어 국민들도 한국은행의 전문성을 믿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한국이 베네수엘라 경제가 되면 안 되는가? 민주주의는 다수결이고 국민 다수가 한국경제가 베네수엘라처럼 되길 원한다면 안 될 이유가 없다.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가? 국민들이 보조금을 원하고 그 결과 재정적자-국채발행증가-이자율상승-기업투자구축 및 외환위기 발생-한국경제의 경쟁력 저하의 길을 따른다고 한들 그게 뭐가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국민 다수가 원하면 그게 맞는 게 민주주의인데 말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기본적으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국민들은 언제라도 중앙은행에 물을 수 있다. “너희들이 도대체 무슨 권리로 경제를 쥐락펴락하는가? 우리가 언제 도대체 너희에게 우리 표를 주었는가?” 중앙은행도 자신의 이런 위험성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유튜브에 의장이 직접 강의도 해서 올리고 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금요일마다 강좌를 찍어서 올리고 국회에 보고서도 제출한다. 예전에 중앙은행은 이런 거 하지도 않았다. “설명하지도 말고 변명하지도 말아라.”가 실제로 중앙은행의 모토였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진행될수록 이런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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