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2025년 4월 19일호
Article: Young men in Spain love the hardline Vox
정치의 지형도는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다. 마치 지각판처럼 서서히, 때로는 급격하게 움직이며 기존의 질서를 재편하고 새로운 균열을 드러낸다. 이코노미스트가 스페인의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강경 우파 정당 복스(Vox)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는 현상을 포착한 것은 단순히 한 국가의 정치적 변동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감지되는 어떤 거대한 흐름, 즉 젊은 남성 세대의 정치적 우경화라는 시대적 징후를 읽어내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산티아고 아바스칼이 이끄는 복스가 트럼프, 오르반, 르펜과 같은 국제적 극우 지도자들과 연대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특히 45세 미만 남성층에서 주류 보수정당인 국민당(PP)보다 높은 지지를 얻는 현상은 여러 복합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는 과연 스페인만의 국지적 현상인가, 아니면 더 광범위한 세계적 추세의 일부인가? 이 현상의 근저에는 무엇이 꿈틀대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명명해야 하는가?
전 세계적으로 젊은 남성들이 점차 우파, 혹은 극우 성향의 정치 세력에 매력을 느끼는 현상은 이제 부인하기 어려운 추세로 관찰된다. 한국, 미국, 유럽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유사한 패턴이 보고되며,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은 분분하다. 경제적 불안정은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불안정한 고용 시장, 치솟는 주거 비용, 과거 세대보다 나은 삶을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젊은 남성들에게 좌절감과 박탈감을 안겨준다. 이들은 기존 정치 시스템과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어려움을 외면한다고 느끼며, 현상 유지를 비판하고 급진적인 변화를 약속하는 포퓰리즘적 우파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기 쉽다. 문화적 반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동력이다. 페미니즘의 확산, 성 평등 및 성 소수자 권리 신장, 다문화주의 등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일부 젊은 남성들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지위나 가치관이 위협받는다고 느끼거나,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복스가 페미니즘, 트랜스젠더 권리 등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며 문화 전쟁을 벌이는 전략은 바로 이러한 남성들의 불안과 분노를 파고든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 공간의 영향력은 결정적이다. 알고리즘에 의해 극단적인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고, 익명성에 기댄 혐오 발언이 만연하며, 소위 '안티-페미', '안티-PC(정치적 올바름)' 담론이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 젊은 남성들의 정치적 인식을 급격하게 우경화시키는 토양을 제공한다.
이러한 세력을 '극우(far-right)'라고 명명하는 것에 대한 논쟁도 존재한다. 언론과 학계에서 이 용어가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은 일리가 있다. '극우'라는 딱지는 종종 폭력적인 네오나치나 파시스트 집단을 연상시키며, 복스나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독일의 AfD 등 선거를 통해 제도권에 진입하고 폭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정당들에게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들 정당은 스스로를 '애국적 보수' 혹은 '대안 우파'로 규정하며 극우 이미지를 탈피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극우'라는 용어는 단순히 물리적 폭력 행사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들 정당이 공유하는 핵심적인 이데올로기, 즉 배타적 민족주의, 강력한 반(反)이민 정서, 기존의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다원주의, 소수자 권리 존중 등)에 대한 도전,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 선호 등을 고려할 때, 단순한 보수주의와는 질적으로 다른 '극단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폭력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자유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을 위협하는 수준의 급진적이고 배타적인 우파 이념을 추구하는 정치 세력을 '극우'로 분류하는 것은 학술적, 분석적 타당성을 갖는다. 물론, 이 용어가 모든 우파 정당에 무분별하게 적용되어서는 안 되며, 각 정당의 구체적인 강령과 행태를 면밀히 분석하여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젊은 남성들의 우경화 경향을 테스토스테론 수치나 생물학적 요인과 연결하려는 시도는 지나친 단순화이자 위험한 환원주의에 빠질 수 있다. 남성 호르몬이 경쟁심이나 공격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존재하지만, 이를 정치적 성향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 인간의 정치적 신념과 행동은 생물학적 요인보다는 훨씬 복잡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심리적 요인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 젊은 남성들이 경쟁을 강조하고 위계를 중시하는 우파적 가치에 더 끌릴 수 있다는 주장은, 그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환경과 그 속에서 느끼는 불안감, 그리고 우파 정치 세력이 제공하는 특정 서사(예: '강한 남성성'의 회복,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한 경쟁 등)가 어떻게 공명하는지의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 좌파 정당의 정책이나 가치가 '여성적'이어서 본능적으로 거부한다는 주장 역시,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에 기반한 편견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일부 젊은 남성들이 좌파 정당의 정체성 정치나 소수자 권리 강조 담론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경제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는 정치적, 이념적 요인이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일 수 있다. 생물학적 결정론은 복잡한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