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NHS·NICE QALY 기반 비용효과성 평가 완전정복

저울 위에 놓인 약병과 그래프 아이콘으로 NHS·NICE의 가치 기반 의료 평가를 시각화한 이미지

The Economist 2025년 4월 19일호

Article: How Britain decides which drugs to buy

생명의 연장과 고통의 경감이라는 의학의 눈부신 진보는 인류에게 커다란 축복이지만 동시에 공공 자원의 유한성이라는 냉엄한 현실과 충돌하며 고뇌에 찬 질문을 던진다. 특히 최첨단 바이오 기술이 탄생시킨 '기적의 신약'들이 천문학적인 가격표를 달고 등장하면서, 모든 시민에게 동등한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자 하는 보편적 의료보장 시스템은 근본적인 딜레마에 직면한다. 이코노미스트가 "영국은 어떤 약을 구매할지 어떻게 결정하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조명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와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의 사례는, 바로 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의 문제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풀어가려 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탐구이다. 이는 단순히 영국의 의료 시스템을 넘어, 전 세계 공공 보건 시스템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난제를 성찰하게 한다.

기사가 첫 문장에서 "NHS는 모든 최신 고가 의약품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영국의 독특한 의료 시스템 구조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영국 NHS(National Health Service)는 한국의 국민건강보험(NHIS)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토대 위에 서 있다. 한국의 건강보험이 사회보험 방식을 채택하여 국민과 고용주가 납부하는 보험료 및 정부 지원금을 주요 재원으로 삼고 의료 이용 시 환자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는 구조인 반면, NHS는 대부분의 재원을 일반 조세(세금)로 충당하며, 영국 거주자라면 원칙적으로 진료, 입원, 처방 등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 시점에 무료로 제공받는 국가 주도형 시스템이다. 즉, 한국에서는 건강보험공단이 보험 급여를 통해 의료비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고 환자가 나머지를 부담하는 형태라면, 영국에서는 국가(NHS)가 의료 서비스의 주된 '구매자'이자 '제공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따라서 NHS가 특정 약품을 '감당할 수 없다'는 말은, 국가 예산으로 그 약값을 지불하여 환자들에게 무료 또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할 여력이 없다는 의미이다. 약값 자체를 환자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재정적 한계 때문에 국가가 그 약의 비용을 NHS 예산으로 편입시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물론 영국에도 소액의 처방전 조제료가 존재하지만 많은 환자(만성 질환자, 저소득층, 노인, 아동 등)가 면제 대상이기에, 고가 신약의 비용 부담은 개인이 아닌 NHS 시스템 전체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러한 재정적 제약 속에서 '가치 기반 의료(Value-based healthcare)'를 구현하기 위해 탄생한 핵심 기구가 바로 NICE(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이다. NICE는 1999년에 설립된 독립적인 공공 기관으로, 정부(보건사회복지부)의 지원을 받지만 직접적인 통제에서는 벗어나 전문가적 판단을 내리는 '준정부기관(quango)' 또는 '팔길이 원칙(arm's-length body)'에 따라 운영된다. 그 핵심 임무는 새로운 의약품, 의료 기술, 공중 보건 정책 등이 임상적으로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제한된 NHS 자원을 고려했을 때 '비용 대비 효과적인(cost-effective)'지를 평가하여 권고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NICE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 NHS가 어떤 치료법에 자금을 지원할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NICE가 비용 효과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핵심적인 도구가 바로 '질 보정 수명(QALY, Quality-Adjusted Life Year)'이다. QALY는 단순히 생존 기간의 연장뿐만 아니라, 그 기간 동안의 삶의 질까지 함께 고려하는 복합적인 지표이다. 완벽하게 건강한 상태로 1년을 사는 것을 1 QALY로 정의하고,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된 상태(예: 삶의 질 점수가 0.5점)로 1년을 산다면 이는 0.5 QALY로 계산된다. NICE는 새로운 치료법이 기존의 표준 치료법과 비교했을 때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QALY(효과)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을 비교 분석한다. 기사에서 언급된 '£20,000–£30,000 이하의 비용으로 1 QALY를 추가로 제공하면 승인'된다는 기준은, 예를 들어 어떤 신약이 기존 약보다 10만 파운드가 더 비싸지만, 환자에게 평균적으로 5년의 완벽한 건강 수명을 추가로 제공한다면(5 QALY 증가), 1 QALY당 추가 비용은 2만 파운드(10만 파운드 / 5 QALY)가 되므로 NICE의 기준을 충족하여 NHS 급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반면, 같은 비용으로 1 QALY만 증가시킨다면 QALY당 비용이 10만 파운드가 되어 기준을 훨씬 초과하므로 승인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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