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2025년 4월 19일호
Article: The bond market’s problems aren’t all to do with Donald Trump, write Anil Kashyap and Jeremy Stein
세계 금융 시스템의 심장부, 그 절대적인 안전성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미국 국채 시장. 그러나 그 견고해 보이는 표면 아래에는 최근 몇 차례의 사건들을 통해 그 존재가 드러난, 미세하지만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구조적 균열과 취약성이 내재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외부 충격에 대한 일시적 반응이 아니라 시장을 구성하는 주요 참여자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그들이 사용하는 고도로 발달한 금융 기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자금 조달 메커니즘 자체가 빚어내는 복잡하고 때로는 위태로운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마치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시계태엽 장치가 특정 부품의 마모나 예상치 못한 진동으로 인해 전체 작동을 멈출 위험을 안고 있듯, 이 시스템의 내부를 깊숙이 들여다보며 그 작동 원리와 잠재된 위험 요소를 한 꺼풀씩 벗겨내 보자.
이 복잡한 이야기의 서사는 시간의 무게, 즉 연기금이나 생명보험사와 같은 거대 기관 투자자들이 수십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너머에 이행해야 할 확정된 약속, 바로 '장기 부채(long-term liabilities)'에서 시작된다. 30년 후 수많은 은퇴자에게 약속된 연금을 차질 없이 지급해야 하는 중대한 책임을 진 펀드매니저, 소피아의 고뇌를 생각해보자.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단지 눈앞의 수익률을 좇는 것이 아니라, 30년이라는 긴 시간 지평 위에서 미래 부채의 가치 변화와 발맞춰 자산의 가치를 꾸준히 성장시키거나, 정확히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녀는 보유 자산 포트폴리오 전체의 평균적인 만기 또는 금리 변화에 대한 가격 민감도, 즉 '듀레이션(duration)'을 미래 부채의 듀레이션과 최대한 가깝게 일치시키려는 지난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그녀가 주로 5년 만기 채권과 같은 비교적 단기 자산에만 투자한다면, 5년 뒤 만기가 돌아왔을 때 시장 금리가 현재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을 경우(재투자 위험), 훨씬 불리한 수익률로 자금을 다시 굴려야 하며, 이는 결국 30년 후의 연금 지급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심각한 위험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장기 부채 상환 의무에 맞춰 자산 포트폴리오의 만기를 길게 가져가야 하는 숙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말의 냉혹한 현실이며, 자산-부채 관리(Asset-Liability Management, ALM)라는 정교한 위험 관리 체계의 핵심 목표가 된다.
하지만 현실의 금융 시장은 소피아의 이런 절실한 필요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그녀가 원하는 20년, 30년 만기의 초장기 우량 회사채는, 그녀와 같은 기관 투자자들의 거대한 자금 수요를 모두 감당할 만큼 충분한 양이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금융 공학의 창의성, 혹은 필요에 의한 고육지책이 등장한다. 소피아와 같은 자산운용사들은 "비교적 만기가 짧은 (예: 5년 만기) 회사채를 매입하여,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보다는 약간 더 높은 수익률(회사채의 신용 위험에 대한 시장의 보상, 즉 '신용 스프레드'만큼의 추가 이자)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채 선물이나 이자율 스와프와 같은 파생상품 시장에서 '매수(long)'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단순히 자산의 종류를 섞는 것을 넘어, 포트폴리오 전체의 특성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연금술과 같다.
구체적으로 국채 선물을 매수하는 경우를 더 깊이 들여다보자. 소피아가 5년 만기 우량 회사채 1억 달러어치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후, 그녀는 동시에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선물(T-Future) 계약을 대량으로 '매수'한다. 가령, 계약 단위당 액면가 10만 달러인 선물을 1,000계약 매수한다면, 이는 3개월 뒤 만기 시점에 현재 약속된 특정 가격(예: 지수 100포인트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총 1억 달러 액면가의 10년 만기 국채를 인수하겠다는 강력한 약속을 맺는 것이다. 이제 시장의 장기 금리가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시그널 등으로 10년 국채 금리가 3%에서 2%로 하락하면,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므로 10년 국채의 현물 시장 가격은 크게 상승한다. 소피아가 '100포인트'라는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선물 계약의 가치 역시, 레버리지 효과까지 더해져 현물 가격 상승폭보다 더 크게 급등한다(예: 105포인트). 소피아는 이 선물 계약을 만기 전에 시장에 되팔아 상당한 차익을 실현하거나, 만기에 실제 국채를 약속된 싼 가격에 인수하여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다. 이 선물에서 발생한 이익은 그녀가 보유한 단기 회사채의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민감도를 보완해주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마치 장기 채권을 대량 보유한 것처럼 끌어올린다. 즉, 포트폴리오의 실질적인 평균 만기, 듀레이션이 성공적으로 연장된 것이다.
반대로,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급등이나 긴축 정책 발표 등으로 장기 금리가 3%에서 4%로 상승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때는 10년 국채 현물 가격이 하락한다. 소피아가 '100포인트'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사기로 약속한 선물 계약의 가치 역시 급락한다(예: 95포인트). 그녀는 이 선물 포지션에서 명백한 평가 손실 혹은 실현 손실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만 보면 전략이 실패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ALM의 큰 그림을 이해해야 한다.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 소피아가 미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 부채의 '현재 가치' 또한 감소한다. 왜냐하면 미래의 확정된 지급액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데 사용되는 할인율(시장 금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소피아가 국채 선물에서 입은 손실은, 바로 이 부채 가치의 감소분과 방향성 및 규모 면에서 어느 정도 상쇄되는 효과를 낳도록 설계된 것이다. 즉, 선물에서의 손실은 그 자체로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자산(선물 포함)과 부채가 금리 변동이라는 외부 충격에 대해 가능한 한 유사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 전체 기관의 순자산 가치 변동성을 줄여주는, 일종의 보험료나 헤지 비용의 성격을 띠는 것이다. 만약 그녀가 이러한 파생상품 헤지 없이 단기 채권 위주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면, 금리 상승 시 부채의 현재 가치는 크게 줄어드는데 자산 가치는 거의 변동이 없어 자산과 부채 간의 격차가 위험하게 벌어지는, 훨씬 더 심각한 재무적 불안정성에 노출되었을 것이다.
이자율 스와프(Interest Rate Swap, IRS) 역시 동일한 ALM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또 다른 강력한 도구다. 소피아는 거대 투자은행과 10년 만기 '고정금리 수취(receive fixed) 스와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 계약의 본질은 이자율 교환 약속이다. 소피아는 계약 기간인 10년 동안,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하는 단기 금리(예: 미국 국채 담보 익일물 금리인 SOFR에 연동된 금리)를 주기적으로 투자은행에 지급하기로 약속한다. 그 대가로, 투자은행은 소피아에게 계약 체결 시점의 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결정된 10년 만기 고정금리(예: 연 3.5%)를 동일한 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속한다. 이제 시장 금리가 하락하여 SOFR 연동 변동금리가 2%로 떨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소피아는 낮은 변동금리(2%)를 지급하면서, 계약된 높은 고정금리(3.5%)를 계속 수취하게 된다. 이 금리 차이(1.5%p)만큼 소피아는 지속적인 현금 흐름상의 이익을 얻게 되며, 동시에 이 스와프 계약 자체의 시장 가치(미래에 더 높은 고정금리를 받을 권리의 가치)가 상승한다. 이는 마치 장기 고정금리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여, 포트폴리오의 듀레이션을 효과적으로 늘려준다. 반대로 시장 금리가 급등하여 SOFR 연동 변동금리가 5%로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소피아는 이제 높은 변동금리(5%)를 지급해야 하지만, 여전히 약속된 낮은 고정금리(3.5%)만 수취하게 된다. 이 금리 차이(-1.5%p)만큼 소피아는 현금 흐름상의 손실을 보거나, 이 스와프 계약의 시장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국채 선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손실 또는 가치 하락은 금리 상승 시 동시에 발생하는 부채 가치 하락과 상쇄되는 경향이 있어, ALM 관점에서 포트폴리오의 전체적인 금리 위험 노출을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국채 선물이든 이자율 스와프든, 이러한 파생상품들은 자산운용사들에게 현실 시장에서 부족한 장기 투자 수단을 보완하고, 자산과 부채 간의 불가피한 듀레이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금융 도구인 셈이다.
자산운용사들의 이러한 듀레이션 연장 전략으로 인해 국채 선물 및 스와프 시장에서 거대한 '매수' 수요가 구조적으로 발생하면서, 시장의 균형추는 필연적으로 반대편, 즉 '매도' 포지션을 취해줄 주체를 요구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금융 시장의 날카로운 사냥꾼, 헤지펀드가 등장한다. 그들은 자산운용사들의 강력하고 꾸준한 수요 덕분에 발생하는, 이론적 균형 가격과의 미세한 괴리(mispricing)를 포착하여, 시장 방향성에 대한 베팅 없이 거의 무위험에 가까운 차익을 추구하는 고도로 정교한 전략, 즉 '베이시스 거래(basis trade)'를 실행한다. 뉴욕 금융가의 심장부, 첨단 기술로 무장한 헤지펀드 '퀀텀 알파'의 트레이더 알렉스의 하루를 따라가 보며 그 과정을 생생하게 재구성해보자. 그의 퀀트 분석 모델이 시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다가 미묘하지만 확실한 시그널을 포착한다: 현재 시장에서 유동성이 매우 높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 현물(T-Bond, 예: 가장 최근 발행된 on-the-run 채권)이 액면 100달러당 99.80달러의 가격으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그런데, 이 현물 채권과 사실상 동일한 기초자산을 가지며 3개월 뒤 만기가 돌아오는 10년 만기 국채 선물(T-Future)은, 현물 가격보다 눈에 띄게 높은 100.00달러에 해당하는 가격(선물 지수 환산)으로 거래되고 있다. 알렉스의 모델은 이 현물 국채를 매수하여 3개월 동안 보유하는 데 드는 자금 조달 비용(financing cost)과 쿠폰 이자 수입 등을 모두 고려한 '캐리 비용(cost of carry)'을 정밀하게 계산한다. 그 결과, 캐리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여전히 0.15달러 정도 '이론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수준으로' 비싸다는 결론에 도달한다(Basis = 현물 가격 - 선물 가격 (캐리 비용 조정 후) = 99.80 - (100.00 - 0.05) = -0.15 < 0). 이러한 '음(-)의 베이시스' 또는 '선물 프리미엄'은 자산운용사들의 구조적인 선물 매수 압력, 혹은 시장의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알렉스는 판단한다. 그리고 금융 시장의 기본적인 원리에 따라, 이러한 비정상적인 가격 차이는 결국 시간이 지나거나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0'에 가깝게 수렴할 것이라고 강하게 확신한다.
알렉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의 동시에 두 개의 주문을 실행한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초 단위로 거래가 체결된다. 첫째, 그는 10년 국채 선물 1,000계약(계약당 액면가 10만 달러, 총 1억 달러 규모의 포지션)을 가격 100.0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매도(short)' 주문을 낸다. 둘째, 그는 동시에 현물 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1억 달러 액면가를 시장 가격 99.80달러에 '매수(long)' 주문을 낸다. 이 두 거래가 거의 같은 순간에 체결되는 즉시, 알렉스는 선물(미래에 특정 가격으로 국채를 인도해야 할 의무)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고, 현물(실제 국채 소유권)을 상대적으로 '싸게' 산 상태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선물 계약의 만기가 도래하거나, 혹은 그 이전에 시장의 비효율성이 해소되어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가 정상적인 수준(이론적으로 0)으로 돌아올 때, 이 두 개의 상반된 포지션을 동시에 청산(선물 매수 + 현물 매도)함으로써, 처음에 존재했던 비정상적인 가격 차이, 즉 조정된 베이시스(0.15달러)만큼을 확실한 수익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이 베이시스 거래 전략의 가장 핵심적인 매력은, 이론적으로 이것이 '시장 중립적(market neutral)' 전략이라는 점이다. 즉, 거래를 보유하는 동안 전반적인 시장 금리 수준이 예상과 달리 상승하든 하락하든, 그 방향성 자체는 거래의 최종 손익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마법 같은 일이 가능할까? 앞서 제시했던 구체적인 수치를 이용하여, 금리 변동 시나리오별 손익 구조를 다시 한번 명확하게 분석해보자. (계산의 명료성을 위해, 3개월간의 캐리 비용은 0.05달러로 일정하고, 만기 시 또는 청산 시점에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 즉 베이시스가 정확히 0으로 수렴한다고 가정한다.)
시나리오 1: 금리 하락 (예: 시장 상황 호전으로 10년 국채 현물 가격이 101.00달러로 상승):
현물 포지션 (Long): 99.80달러에 매수했던 현물 국채의 가치가 101.00달러로 상승했다. 포지션 청산 시 이익 = 101.00 - 99.80 = +1.20달러.
선물 포지션 (Short): 현물 가격 상승에 따라 선물 가격도 (베이시스가 0으로 수렴했으므로) 동일하게 101.0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100.00달러에 매도했던 선물을 이제 더 비싸진 101.00달러에 되사서(buy back) 포지션을 청산해야 한다. 손실 = 100.00 - 101.00 = -1.00달러.
캐리 비용: 현물 보유에 따른 순 비용 = -0.05달러.
총 손익: (+1.20) + (-1.00) + (-0.05) = +0.15달러.
시나리오 2: 금리 상승 (예: 예상 못한 긴축 우려로 10년 국채 현물 가격이 99.00달러로 하락):
현물 포지션 (Long): 99.80달러에 매수했던 현물 국채의 가치가 99.00달러로 하락했다. 포지션 청산 시 손실 = 99.00 - 99.80 = -0.80달러.
선물 포지션 (Short): 현물 가격 하락에 따라 선물 가격도 (베이시스가 0으로 수렴했으므로) 동일하게 99.0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100.00달러에 매도했던 선물을 이제 더 싸진 99.00달러에 되사서 포지션 청산한다. 이익 = 100.00 - 99.00 = +1.00달러.
캐리 비용: 현물 보유에 따른 순 비용 = -0.05달러.
총 손익: (-0.80) + (+1.00) + (-0.05) = +0.15달러.
결과는 놀랍도록 일관된다. 전반적인 시장 금리가 하락하여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이든, 반대로 금리가 상승하여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이든 관계없이, 현물 포지션에서 발생하는 이익(또는 손실)과 선물 포지션에서 발생하는 손실(또는 이익)이 서로 거의 정확하게 상쇄된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오직 거래를 시작할 때 포착했던 비정상적인 가격 차이, 즉 조정된 베이시스(0.15달러)뿐이다. 이것이 바로 헤지펀드가 금리 방향성에 대한 예측이나 베팅 없이, 오직 시장 내의 미세한 비효율성이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을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베이시스 거래의 정수이자, '무위험 차익거래(arbitrage)'에 가까운 특성이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베이시스가 예상대로, 또는 예상된 시간 내에 수렴하지 않을 위험(basis risk), 거래 상대방이 파산할 위험(counterparty risk), 자금 조달이 막힐 위험(liquidity risk), 그리고 거래 실행 자체에 따르는 비용(transaction cost)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엄연히 존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