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비 폭등의 진짜 원인? 병원이 숨긴 거대한 비밀

미국 의료비 상승을 상징하는 달러 기호들에 둘러싸인 병원 건물

The Economist 2025년 3월 22일호

Article: How hospitals inflate America’s giant health-care bill

미국의 의료비는 왜 끊임없이 팽창하는가? 환자를 진료하고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가치의 영역임에도 미국 의료 시스템의 숨겨진 진실은 냉정한 시장 논리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거대한 비즈니스라는 사실이다. 환자의 고통을 치유하는 현장 뒤에는 수십조 달러 규모의 경제적 역학관계가 작용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바로 병원(hospital)이라는 기관이 놓여 있다. 미국의 의료비가 GDP의 거의 5분의 1에 달하며, 세계 평균의 두 배에 이른다는 통계는 이미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 책임을 제약회사나 보험사, 혹은 복잡한 중개상들에만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병원의 역할은 그동안 이상하리만치 주목받지 못했다. 병원은 의료비 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대중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병원의 존재는 선한 것이고, 병원은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일까? 그러나 현실은 그러한 기대와는 달리 매우 냉혹하다. 미국 병원 시스템은 비효율과 비용 낭비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비영리(non-profit) 병원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진실이야말로 우리가 심각히 들여다봐야 할 핵심이다.

첫째, 병원의 비용 구조는 투명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시장 원리를 무너뜨리고 있다. 미국 병원들은 같은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도 지역이나 기관에 따라 터무니없이 다른 가격을 책정한다. 단적인 예로, 애틀랜타 지역에서 대장내시경 비용이 병원에 따라 435달러에서 7,000달러까지 격차가 난다. 이는 환자들로 하여금 합리적인 선택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시장경쟁의 원리를 무력화시킨다. 병원들의 가격 책정 방식은 고의적인 불투명성을 유지하면서 환자들이 '합리적 소비자'로 행동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선택을 활성화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시장적 해결책이며, 정부의 역할은 이를 촉진하는 데 머물러야 한다.

둘째, 병원업계의 빠른 인수합병(consolidation)은 비용을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의료비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병원 합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미국 도시 대부분은 한두 개의 병원 체인이 시장을 독점하거나 과점하는 형태가 되었다. 병원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면 보험사와의 협상력이 커져 가격을 올리기 쉬워지고, 경쟁의 부재는 환자들에게 불리한 의료비 청구로 돌아온다. 이는 독점의 폐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독점 상태에서 병원은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가격 인상을 요구할 힘을 가지며,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의료비가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HCA Healthcare와 같은 병원 체인이 자본수익률(ROIC)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독과점의 시장지배력에서 나온 결과이지, 효율성이나 품질향상과는 무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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