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컨소프 제철소 개입 | 국가 안보 vs 경제 논리 대결

가동 중단 위기에 놓인 스컨소프 제철소의 고로와 영국 정부의 개입을 상징하는 이미지 - 철강 산업의 미래와 국가적 고민

The Economist 2025년 4월 19일호

Article: Britain’s government has entered the steel industry with no plan

영국 정부가 스컨소프 제철소의 고로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부활절 휴회 중인 의회를 긴급 소집하고, 해군 함정까지 동원할 태세를 보이며 개입한 극적인 사건은 단순한 산업 정책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쇠락하는 제조업의 유산, 지정학적 불안 속 국가 안보의 재정의, 그리고 시장 논리와 정치적 현실 사이의 영원한 긴장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다.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날카롭게 지적하듯, 표면적으로는 산업 유산을 지키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구하며 국가 안보를 수호한다는 명분이 내세워졌지만 그 이면에는 명확한 장기 계획의 부재와 납세자 부담에 대한 깊은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 어째서 영국 정부는 수십 년간 쇠퇴해 온, 경쟁력마저 의심받는 철강 산업에 이토록 긴급하게, 그리고 어쩌면 무모하게 뛰어든 것일까?

이 사태의 발단은 스컨소프 제철소를 소유한 중국의 징예(Jingye) 그룹과의 협상 결렬이었다. 2020년 파산 상태의 브리티시 스틸을 인수한 징예는 막대한 누적 손실(기사에 따르면 하루 70만 파운드)을 이유로 더 이상 고로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영국 정부가 친환경 생산 방식으로의 전환을 위해 5억 파운드의 지원금을 제안했지만, 징예는 이를 거부하고 사실상 공장 폐쇄 수순에 돌입했다. 핵심 원자재 공급이 임박하게 끊길 상황에서, 영국 정부는 징예가 의도적으로 폐쇄를 앞당기려 한다고 비난하며 개입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브리티시 스틸이 엄연히 '중국 소유의 민간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개입하여 운영을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기간 산업 보호나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한 긴급 조치법 발동, 혹은 기존 법률에 의거한 행정 명령 등을 통해 가능했을 것이다. 이는 소유권 자체를 즉시 빼앗는 것은 아니지만 공장의 가동 중단을 막고 향후 국유화나 제3자 매각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확보하는 강력한 조치다. 민간 기업, 특히 외국 자본 소유 기업의 운영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며, 이는 사태의 심각성과 정부의 절박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렇다면 정부 개입의 가장 강력한 명분으로 내세워진 '국가 안보' 논리는 과연 타당한가? 자국에서 기초 철강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전통적으로 국가의 산업적, 군사적 자립성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전쟁이나 비상사태 시 무기, 군함, 핵심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철강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전략적 고려 사항이다. 기사에서도 영국이 G7 국가 중 유일하게 1차 철강(철광석과 코크스 등 원료에서 직접 철을 생산하는 방식) 생산 능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언급한다. 군사 계획가들은 분쟁 시 동맹국들이 영국의 특수한 철강 수요를 위해 자원을 할당해 줄지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하듯, 이 논리에는 허점이 많다. 영국은 이미 잠수함 선체용 특수강 등 방위 산업에 필요한 상당량의 철강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내 제철소조차 철광석과 석탄 같은 핵심 원자재를 호주, 브라질 등 해외에서 들여온다. 즉, 철강 생산 능력 자체가 완전한 자급자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고철을 녹여 철강을 생산하는 전기로(Electric Arc Furnace) 기술의 발달로 고품질 강철 생산이 가능해졌으며(항공기 랜딩기어용 강철 생산 사례), 덴마크나 아일랜드처럼 1차 철강 생산 능력 없이도 안보를 유지하는 국가들도 있다. 따라서 1차 철강 생산 능력 유지가 다른 시급한 군사적 우선순위보다 정말로 중요한 '병목 지점'인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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