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은행 위기 후 15년: 챌린저 뱅크 vs 규제 딜레마 봉착

스마트폰 뱅킹 앱 화면과 거대한 전통 은행 건물이 대조되는 이미지

The Financial Times, 2025년 4월 28일

Article: In charts: How Britain’s banking revolution failed

2008년 가을, 전 세계 금융시스템이 무너져 내리던 그 순간 영국의 은행권도 깊은 상처를 입었다. 천문학적 손실과 함께 대형 은행들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영국 정부는 거대한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그 금융위기의 폐허 위에서 변화의 싹이 서서히 돋아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챌린저 뱅크”들이 등장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당국이 금융 안정성을 지키고자 새로운 규제의 성을 쌓아 올렸다. 이 둘은 영국 금융산업의 포스트-위기 구조를 함께 형성하며 경쟁과 혁신, 그리고 건전성에 복합적 영향을 미쳤다.

우선 챌린저 뱅크의 등장은 20세기부터 이어진 영국 은행산업의 독점적 지형에 균열을 내는 사건이었다. 오랫동안 영국 시장은 “빅 포(Big Four)”로 불리는 네 개 은행(Barclays, HSBC, Lloyds, NatWest)이 지배해왔고, 새로운 은행을 설립하는 것은 엄두도 내기 어려웠다. 실제로도 규제와 자본 장벽이 높아 100년 넘는 세월 동안 영국에는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하지 못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대형 은행들의 실패 가능성을 목격한 사회는 금융 업권의 경쟁과 혁신 부재를 문제 삼기 시작했고, 규제 당국은 시장에 신생 은행들을 진입시키기로 결정한다. 2010년, 메트로은행(Metro Bank)이 기적처럼 은행업 인가를 받으며 문을 열었다. 무려 한 세기 만의 신규 은행 탄생으로서, 전례 없는 일이었다. 곧 이어 정부는 2013년 발효된 금융서비스법을 통해 신규 은행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고 중앙은행 산하에 신규은행 스타트업 유닛까지 설치하여 예비 창업자들을 지도했다. 이러한 토양 위에서 싹튼 챌린저 뱅크들은 기존 은행권에 맞서는 도전자로서, 영국 금융산업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챌린저 뱅크의 성장 배경에는 기술 발전과 고객 행태의 변화도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은 지점 중심의 전통 은행들과 달리 모바일 앱과 온라인 플랫폼을 무기로 삼아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다. 높은 임대료와 인력 비용이 드는 지점을 최소화하고 디지털 기반 서비스로 승부하면서, 비용 구조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고객에게 편리함을 안겨주었다. 예컨대 2015년 설립된 Monzo(몬조)와 2014년 문을 연 Starling Bank(스타링은행)은 스마트폰 앱만으로 계좌 개설부터 송금, 예산관리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내놓아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Revolut(레볼루트)의 경우 환전과 해외결제 수수료를 혁신적으로 줄인 디지털 금융 서비스로 시작해, 이후 다국적 금융플랫폼으로 급성장했다.

이들 챌린저들은 초기에는 조그마한 핀테크 실험처럼 여겨졌지만, 불과 10여 년 만에 수백만 고객을 확보하며 주류 금융의 일부가 되었다. 실제로 Monzo는 2024년 기준 930만 명이 넘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창립 이래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Starling Bank 또한 중소기업 대상 디지털 계좌로 두각을 나타내며 일찍이 수익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15년 출범한 레볼루트는 영국에서는 전통적인 은행인가 없이도 다기능 금융 앱으로 성장해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사용자를 거느리게 되었다. 이러한 현대적 사례들은 2008년 위기 이후 기술과 불신의 틈새에서 자라난 새로운 은행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챌린저 뱅크들은 틈새 시장이나 소외된 고객군에 집중하거나 혁신적 서비스로 무장함으로써 거대은행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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