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2025년 4월 12일호
Article: How to charm Donald Trump
백악관에서 흘러나온 메시지는 지극히 원초적이었다. "보복하지 마라, 그리하면 보상을 얻으리라." 도널드 트럼프가 대부분의 교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잠시 멈춘 4월 9일, 세계는 마치 고대 제국의 변덕스러운 군주 앞에 선 속국의 사신들처럼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거래의 달인'이라 칭송하는 대통령은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고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는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트럼프는 이를 '거래의 기술'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증거로 포장하며 만족감을 드러냈을 터다. 그러나 이 혼돈의 알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단순히 관세를 둘러싼 밀고 당기기가 아니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불길한 전주곡이다.
지난 한 주 동안, 70여 개국이 관세 면제를 얻어내기 위해 백악관의 문을 두드렸다. 유럽연합처럼 단호한 어조를 유지하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트럼프 개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계산된 아첨과 맞춤형 양보안을 들고 나섰다. "그들이 내게 전화해서 아첨하고 있다(kissing my ass)"는 트럼프의 노골적인 발언은 이 외교적 구애가 얼마나 노골적이고 때로는 굴욕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은 거래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의 말처럼 앞으로 90일 동안 각국은 생존을 위해, 혹은 더 나은 조건을 얻기 위해 필사적인 줄다리기를 벌일 것이다. 이 예측 불가능한 왕의 마음을 사로잡는 길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한 가지 전략은 트럼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상호주의적 관세 인하를 제안하는 것이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자동차, 화학제품, 기계류를 포함한 모든 공산품에 대한 '제로-제로' 관세를 제안했고, 대만 역시 무관세, 보복 금지 약속, 대미 투자 확대를 포함한 패키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백악관의 반응은 냉담했다. 트럼프는 EU의 제안이 불충분하다고 일축하며 EU가 "무역에서 미국에 해를 끼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기존의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이는 단순한 상호주의적 계산을 넘어선, 훨씬 더 복잡하고 정치적인 요구가 숨겨져 있음을 암시한다.
트럼프의 요구는 변덕스럽고 다층적이다. 때로는 양자 무역 적자 축소를, 때로는 관세 인하를, 때로는 비관세 장벽 철폐나 통화 안정을 외친다. 식품 안전 기준, 국방 예산, 디지털 규제 등 그의 공격 대상은 국경을 넘나든다. 호주는 쇠고기 수입 문제로, 일본은 군비 지출로, 인도는 농산물 규제로, EU는 세금 문제로 비판받았다. 트럼프의 손에 들린 관세라는 몽둥이는 끝없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방위적 압박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예측 불가능한 폭풍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요구 앞에서 각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