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징수법의 본질: 민법 위에서 작동하는 국가 권력의 해부

국세징수 절차를 상징하는 법전과 저울, 그리고 책상 위에 펼쳐진 민법 교과서

글 읽기 : 법제처 - 국세징수법

국세징수법, 그 마지막 장을 덮는다. 혹자는 이 법이 조세라는 이름 아래 국가가 개인의 재산을 강제하는 차가운 절차의 집합이라 말할지 모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압류와 공매, 배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분명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고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국가 권력의 가장 날카로운 발현이다. 그러나 민법의 광활한 대지를 이미 거닐어 본 자에게, 국세징수법의 길은 낯설기만 한 미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뼈대는 놀랍도록 익숙한 논리의 연장선 위에 세워져 있었다. 몇몇 행정적 특수성과 공익 우선의 가치 판단이 가미되었을 뿐 권리의 발생과 확보, 실현, 그리고 소멸이라는 민법의 대원칙은 이 엄격한 징수 절차 속에서도 도도히 흐르는 강물과 같았다.

압류 조항들을 살필 때, 나는 민법상 채권 담보를 위해 설정되는 질권이나 저당권의 그림자를 보았다. 국가라는 거대한 채권자가 체납자의 특정 재산 위에 자신의 우선적 만족권을 확보하는 과정은 그 형태와 절차의 엄격성에서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채권 확보라는 동일한 목적을 향한다. 물론 국세징수법상 압류는 사적 자치의 영역을 넘어선 국가의 강제력이기에 그 범위와 효력에서 민법상 담보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함을 지닌다. 하지만 그 역시 무소불위의 힘이 아니라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라는 엄격한 틀 안에서만 작동한다. 공매예정가격 결정이나 현황조사 의무는, 비록 강제집행 절차이지만 최소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려는 법리의 반영이며 이는 민법상 담보권 실행 절차에서도 발견되는 정신이다.

공매와 배분 절차에 이르러서는 민법적 지식의 유용성이 더욱 빛을 발했다. 공매재산상의 권리 소멸과 인수의 원칙은, 민법상 부동산 경매에서의 권리분석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저당권 등 담보물권의 소멸주의 원칙, 용익물권의 대항력 기준에 따른 소멸 또는 인수 여부 판단, 유치권의 특수한 지위 등은 이미 민법의 체계 속에서 익숙하게 다루었던 논점들이다. 국세징수법은 여기에 국세우선권이라는 강력한 변수를 더하지만, 그 역시 법정 우선순위의 체계 안에서 다른 권리들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배분 순위 규정은 민법상 배당 순위 법리와 정확히 조응하며 다양한 채권들이 어떤 위계 아래 만족을 얻어가는지를 보여주는 법 논리의 경연장과 같다. 임차보증금이나 임금채권 등 특별히 보호되는 채권의 존재 역시,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민사법의 이념이 공법적 강제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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