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국을 ‘적’이라 부르다: 동아시아 판을 흔드는 선언

대만 지도자 라이칭더가 연설 중 중국을 외부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The Economist 2025년 3월 22일호

Article: Taiwan’s president takes on alleged Chinese infiltration

대만의 지도자 라이칭더(賴淸德)가 지난 3월 13일 내놓은 연설은 단순한 정치적 선언을 넘어 동아시아의 미묘한 권력 역학을 새롭게 조율하는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날 중국을 공식적으로 '외부의 적대 세력(jingwai hostile force)'이라 명명하고, 중국의 침투와 전복 시도에 맞서 강력한 대응책을 제안했다. 그가 사용한 '징와이(jingwai, 境外)'라는 용어는 '외국'이라는 의미의 '와이궈(waiguo, 外國)'보다 정치적으로 더 신중한 용어이지만, 대만 지도자가 공식 연설에서 중국을 사실상의 적국으로 규정한 것은 지난 30년 동안 전례가 없는 일이다.

라이칭더는 이 연설에서 중국의 대만 침투가 단지 추상적 위협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만에서는 중국을 위한 간첩 행위로 기소된 인원이 전년 대비 세 배 증가한 64명에 달했고 이 중 상당수가 현역이나 퇴역 군인들로 밝혀졌다. 중국은 또한 대만 시민들에게 중국 국적 신분증을 발급하며 심리적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유명 인플루언서들에게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며 대만 여론 형성을 시도하는 등 전방위적인 사회적 침투를 시도해왔다. 최근에는 중국인 인플루언서가 SNS에서 중국의 무력 통일을 지지하는 영상을 게재한 뒤 대만 정부가 비자를 취소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처럼 중국의 대만 침투 전략은 단순한 군사적 위협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그로 인한 분열과 갈등은 대만 내부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라이칭더가 제안한 대응책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군사재판 제도의 부활이다. 군사재판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로 여겨져 2013년 공식 폐지되었는데, 당시 군대 내 휴대전화 소지로 인한 처벌 과정에서 병사가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거센 국민적 반발을 초래한 바 있다. 대만 국방부 장관 웰링턴 쿠(Wellington Koo)는 새롭게 부활할 군사재판이 민주적 절차와 공정성을 보장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많은 시민단체와 법률 전문가들은 전쟁 상황이 아닌데도 이 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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