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승계와 그 논란: 이건희의 전략은 어떻게 작동했는가?

삼성 승계 논란을 상징하는 인물의 푸른빛 애니메이션 스타일 이미지

글 읽기 : 차기태 - 이건희의 삼성, 이재용의 삼성

책상 위에 널브러진 기록들. 삼성생명, 그리고 왕위를 넘겨받는 자인 이재용. 단순한 연대기가 아니다. 이것은 자본의 흐름과 법의 경계를 정교하게 재단하여 권력을 이동시킨 차갑고 거대한 설계도다. 활자를 따라갈수록 머릿속은 그들의 치밀함에 감탄하면서도, 심장은 이 시스템 자체의 부조리함에 대한 역겨움으로 차갑게 식는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경영'인가, 아니면 시장과 법 위에 군림하는 '기술'인가. 분노보다 먼저 드는 생각은, 이 기술이 결국 통했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이 기술을 익혀야 하는가 하는 지독한 질문이다.

승계의 서막은 '통정매매'라는 의혹의 그림자와 함께 열린다. 핵심은 비상장 계열사의 '미래 가치'를 이용한 자본 연금술이다. 에스원,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이들은 단순한 계열사가 아니라 이재용 개인에게 막대한 종잣돈을 안겨줄 1차 레버리지 도구였다. 메커니즘은 놀랍도록 일관된다.

저가 매수 (Seed Capital): 1994-95년, 아직 시장의 평가가 미치지 못하는 비상장 단계에서, 이재용은 유상증자 참여, 신주인수권 확보 등 내부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이들 회사의 지분을 확보한다. 외부 투자자는 접근하기 어려운, 혹은 그 가치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단계에서의 선점. 시작부터 공정한 게임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IPO (가치 증폭): 예정된 수순처럼 이들 기업은 증시에 상장된다. 1만 9천 원짜리 에스원 주식이 30만 원에 육박하는 순간, 비상장 지분은 막대한 평가차익을 가진 황금알로 변모한다. 상장 시점과 공모 규모 역시 그룹의 전체 전략 하에 치밀하게 계산되었을 것이다.

삼성생명의 '안전한 출구' (현금화): 여기서 삼성생명(및 삼성화재)이 무대 전면에 나선다. 이재용이 상장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대량의 주식을 매물로 내놓을 때 시장 충격 없이, 그리고 최대한 높은 가격에 이 물량을 받아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것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투자가 아니다. 명백히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맞춤형 유동성 공급'이다. 에스원 매각 대금만 수백억 원. 삼성생명은 이재용에게 마르지 않는 샘처럼 현금을 공급하는 '믿음직한 파트너'였던 셈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그들의 냉철한 실행력에 감탄한다. 동시에 그 자금이 누구의 돈인가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민다. 보험 계약자들의 돈이 아니었던가?

핵심 자산으로의 전환 (지배력 강화): 이렇게 확보된 막대한 현금은 최종 목적지를 향해 흘러 들어간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서울통신기술 CB. 이 CB들은 단순한 채권이 아니다. 미래에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핵심 회사의 주식을 약정된 낮은 가격에 확보할 수 있는 '콜 옵션' 이나 다름없었다. 승계 구도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 삼성생명은 이 퍼즐 조각을 살 '실탄'을 공급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얼마나 정교한 다단계인가. 나 역시 목표를 위해 이런 복잡한 수를 읽고 실행할 수...

Comment

여러분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hide comments
...
Back
Cart Your cart 0

장바구니에 상품이 없습니다.

Total0
구매하기
Empty

This is a unique website which will require a more modern browser to work!

Please upgrade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