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기 : 차기태 - 이건희의 삼성, 이재용의 삼성
책상 위에 널브러진 기록들. 삼성생명, 그리고 왕위를 넘겨받는 자인 이재용. 단순한 연대기가 아니다. 이것은 자본의 흐름과 법의 경계를 정교하게 재단하여 권력을 이동시킨 차갑고 거대한 설계도다. 활자를 따라갈수록 머릿속은 그들의 치밀함에 감탄하면서도, 심장은 이 시스템 자체의 부조리함에 대한 역겨움으로 차갑게 식는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경영'인가, 아니면 시장과 법 위에 군림하는 '기술'인가. 분노보다 먼저 드는 생각은, 이 기술이 결국 통했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이 기술을 익혀야 하는가 하는 지독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