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2025년 4월 12일호
Article: To secure exports to Europe, China reconfigures its rail links
베이징과 모스크바가 '등을 맞대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협력을 공언할 때, 그 수사(修辭) 뒤에 숨겨진 냉혹한 지정학적 계산을 읽어내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영원한 우정이라는 것은 국제 관계의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오직 영원한 국익만이 있을 뿐. 중국이 유럽으로 향하는 막대한 수출 물량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친한 친구'인 러시아를 우회하는 새로운 철도 노선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바로 이 냉엄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관통하여 유럽으로 이어지는 이 새로운 강철 실크로드는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중국이 어떻게 자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이 거대한 구상은 30년 전부터 논의되었지만 본격적인 추진력을 얻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다. 전쟁은 기존의 주요 루트였던 러시아 경유 철도망을 순식간에 위험 지대로 만들었다. 안전 문제와 급등하는 보험 비용 앞에서 유럽의 화주들은 등을 돌렸고,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의 철도 유지보수 능력을 강타하며 운송 시간을 지연시켰다. 한때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던 북방의 동맥은 막히거나 최소한 불안정한 혈관이 되어버렸다. 생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경로를 찾아야만 했다. 마치 예기치 못한 폭풍우 속에서 필사적으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야 하는 고독한 항해사처럼.
이에 따라 화물은 자연스럽게 카스피해를 경유하는 '중앙 회랑(Middle Corridor)' 혹은 남부 노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CKU) 철도 연결은 이 중앙 회랑을 더욱 단축시키고 효율화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의지의 표명이다. 물론, 이것이 러시아에 대한 완전한 외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러시아는 여전히 시진핑의 일대일로 구상에서 중요한 축이며, 특히 미국과의 잠재적 충돌 시 에너지와 원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후방 기지로서의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중국이 러시아산 무기 부품을 포함한 상품들을 여전히 철도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복잡한 관계의 이중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유럽 간 철도 교역량은 주춤했지만 중국-러시아 교역량은 급증했다는 통계는 많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