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회계 1급, 그건 자격증이 아니라 괴물과의 전쟁이었다

안개 속에서 칼을 들고 말을 탄 인물이 전진하는 흑백 이미지. 혼돈과 결의가 공존하는 분위기

시험이 가장 빠르다 : 호기심은 정말 위험한 괴물이다!

세무회계 1급. 합격 통지서의 글자들이 눈앞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지난 날의 사투가 떠올랐다. 빼곡한 법 조문,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던 복잡한 계산식, 새벽녘 희미한 스탠드 불빛 아래 커피로 버텨낸 시간들. 단순히 자격증 하나를 손에 쥐었다는 뿌듯함과는 조금 다른, 묵직한 깨달음이 가슴 한구석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호기심은 괴물이었다. 처음 세무회계의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땐 그저 막연한 도전 의식이었다. 하지만 파고들수록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왜 이 규정은 이렇게 생겼을까?’, ‘이 판례의 진짜 의미는 뭘까?’, ‘실무에서는 이걸 어떻게 적용할까?’ 단순 암기로는 해결되지 않는 거대한 질문들이 나타나 나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그건 단순한 지적 욕구가 아니었다. 내 안의 잠자던 괴물이 깨어나 포효하는 소리였다. 더 알고 싶다는 갈망,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다는 집념. 그 괴물은 끝없이 나를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끌어당겼다.

어느 순간 나는 그 괴물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눈을 뜨면 세법 조문이 떠올랐고, 길을 걷다가도 문득 떠오른 회계 처리 방법에 골몰했다. 세상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과 매입세액으로 나누어 보기 시작했고,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증여세 문제를 떠올리곤 했다. 이건 ‘설렁설렁’ 공부해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경지였다. 괴물과 맞서 싸우려면 나 역시 괴물의 일부가 되어야 했다. 그 복잡하고 방대한 세계관 속으로 온전히 뛰어들어 그 논리와 흐름을 내 몸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야 했다. 괴물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괴물의 심장으로 세금의 흐름을 느껴야 비로소 그 본질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섬뜩한 진실을 깨달았다. 괴물과 완전히 하나가 된 상태는 위험했다. 너무 깊이 빠져들면 그 속에서 길을 잃고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지식의 깊이에 매몰되어 현실 감각을 잃거나 끝없는 질문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정작 중요한 목표를 잊어버릴 수도 있었다. 괴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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