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싱크홀 공포 확산: 원인 분석과 시스템 실패 반성

도시 아스팔트 도로 한가운데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하여 균열이 가고 무너져 내리는 모습, 시스템 실패와 사회적 불안을 상징하는 이미지

세상 보기 : 한국 사회 읽기, 2025년 4월 14일

또 땅이 꺼졌다고 한다. 서울, 부산, 광명.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스팔트 아래가 허물어지고, 콘크리트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주저앉는다. 뉴스 헤드라인은 ‘도심 속 지뢰’, ‘땅꺼짐 공포’ 따위의 선정적인 단어들로 도배되지만 본질은 언제나 그렇듯 시시하고 지저분하다. 이건 공포 영화가 아니라, 예고된 시스템의 붕괴, 관리의 실패,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지지 않는 자들의 비겁함이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다. 마치 곪아 터진 상처처럼, 도시의 썩은 내장이 이제 표면으로 그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13일 애오개역 앞, 2일 길동, 지난달 명일동. 날짜와 지명을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3년간 서울에서만 63곳. 강남 3구에 30%가 집중됐다는 통계는 역설적으로 흥미롭다. 가장 번쩍이는 곳, 자본이 탐욕스럽게 흘러넘치는 곳의 기반이 가장 허술하다는 증거 아닌가. 한영외고 앞에서 18미터 깊이의 구멍 속으로 속절없이 빨려 들어간 서른넷의 오토바이 운전자. 그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이건 시스템이 저지른 살인이다. 그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영상이 SNS를 떠돌며 사람들은 ‘지뢰밭’이라며 몸서리치고, 배달 기사들은 강동구 콜을 기피한다고 한다. 당연하다. 죽음의 공포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니까. 하지만 그 공포 뒤에 숨은 진짜 원인을 보려 하는 자는 드물다.

원인은 명백하다. 낡아빠진 상하수도관(서울의 44%가 30년 이상), 부실한 되메우기, 엉터리 지반 굴착,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관리 감독의 부재. 서울시가 올해 3500억을 쏟아부어 노후관 190km를 정비한다고? 매년 늘어나는 노후 구간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여름철 집중호우 탓만 할 일이 아니다. 홍성걸 교수의 말처럼, 봄에도 땅이 꺼지는 건 지반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명백한 신호다.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신안산선 공사, 사상-하단선 공사… 땅 밑을 헤집는 거대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될수록 지반은 스트레스를 받고, 지하수 흐름은 뒤틀린다. 연약 지반에 대한 고려 없이, 혹은 알면서도 비용 절감을 위해 눈감고 진행된 공사들. 그 대가가 바로 이 ‘싱크홀’이라는 이름의 청구서다.

광명 신안산선 붕괴 사고는 이 모든 부조리의 압축판이다. 붕괴 17시간 전, 이미 기둥은 파손되어 콘크리트 잔해가 쌓였다. ‘터널 중앙 기둥 파손’. 보고서에는 명백히 적혀 있었다. 하지만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광명시에는 “균열 발생”, 경찰에는 “붕괴 위험 없을 것 같다”고 상황을 축소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뻔하다. 책임을 회피하고, 시간을 벌고, 어떻게든 문제를 덮으려 했던 것이다. H빔을 덧대는 미봉책으로 시간을 끌다 결국 터널은 무너졌고 지상에서 일하던 노동자 두 명이 매몰됐다. 이미 2년 전 감사원이 해당 구간의 지반이 ‘매우 불량’하다며 ‘인버트’ 보강을 지적했음에도 사고는 터졌다. 인버트를 반영했다는 시공사의 해명은 공허하다. 결과가 모든 것을 증명한다. 굴착기 기사 김모 씨가 칠흑 같은 지하 30미터에서 13시간을 버텨 구조된 것은 기적이자, 동시에 시스템의 실패를 보여주는 처절한 증거다. 구조대원들이 호미로 흙을 파내며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는 동안, 애초에 이런 재앙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들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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