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보기 : 한국 사회 읽기, 2025년 4월 22일
서울의 스카이라인 아래,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공허가 메아리친다. 한때 성장의 상징이었던 오피스 빌딩들이 이제는 텅 빈 공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도시의 근심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의 낙관론에 힘입어 우후죽순처럼 솟아났던 건물들은 이제 막 준공의 문턱을 넘었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경기와 얼어붙은 기업 투자 심리라는 혹독한 현실과 마주하며 거대한 공실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매물로 쌓인 오피스의 추정 가치만 10조 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의 경제 동맥 곳곳에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를 시사한다. 공급 과잉과 수요 절벽이라는 이중고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이는 단순한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넘어 도시 개발 전략과 금융 시스템 전반에 걸친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이 거대한 오피스 빌딩들을 세우는 주체는 누구이며, 그 빈 공간의 책임은 결국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오피스 개발은 복잡한 이해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이루어진다. 주체는 다양하다. 대형 건설사들이 자체적인 개발 사업을 통해 건물을 짓기도 하고, 부동산 개발 전문 회사(디벨로퍼)가 기획과 자금 조달을 주도하며 건설사에 시공을 맡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한, 자산운용사들이 부동산 펀드나 리츠(REITs)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여 오피스 빌딩을 매입하거나 개발하기도 한다. 때로는 연기금과 같은 기관 투자자나 자금력 있는 개인이 직접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건물이 텅 비게 되면, 그 손실은 일차적으로 건물의 소유주에게 돌아간다.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빌린 디벨로퍼는 이자 부담과 원금 상환 압박에 직면하며 최악의 경우 부도에 이를 수도 있다. 펀드나 리츠를 통해 투자한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은 배당금 감소와 투자 원금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 역시 부실 채권 증가라는 위험에 노출된다. 나아가, 공실 장기화는 지역 상권 침체, 세수 감소 등 도시 전체의 활력 저하로 이어지며 그 사회적 비용은 광범위하게 퍼져나간다.
현재 공실이 장기화 되고 있는 '오피스 건물'은 그 규모 역시 다양하다. 창동 씨드큐브나 마곡지구에 들어서는 대규모 업무 단지, 도심권(CBD)의 초고층 프라임급 빌딩처럼 수만, 수십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건축물들이 주된 논의 대상이다. 이러한 건물들은 주로 대기업 본사, 금융기관, 다국적 기업 등을 유치 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동시에, 가양동이나 등촌동 등에 예정된 지식산업센터처럼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겨냥한,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집적화된 형태의 오피스 공급 역시 문제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현재의 위기는 특정 규모에 국한되지 않고 최상급 프라임 빌딩부터 지식산업센터에 이르기까지 오피스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광범위한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와 같은 공유 오피스의 확산이 기존 오피스 시장의 위축을 불러온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공유 오피스는 기업들에게 유연한 공간 활용과 초기 비용 절감이라는 매력을 제공하며 특정 수요층을 흡수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와 거점 오피스 등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고정적인 대형 면적 임차를 줄이고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공간을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서울 오피스 시장이 겪는 심각한 공실 대란의 근본 원인을 공유 오피스 자체의 부상으로 돌리는 것은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지금의 위기는 지난 몇 년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