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야, 내 1억 어딨어?

세상 보기 : 2023년 10월 8일 해외 주요 뉴스

우리 모두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 창업자인 샘 뱅크먼 프리드(SBF)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그는 ‘미래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며 순식간에 엄청난 인기를 얻었습니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이 그에게 돈을 받았고 그와 웃으며 악수를 했으며 ‘엄청난 천재’인 그를 친구로 두고 싶어 했습니다.

그가 몰락하자 - FTX 몰락 과정은 앞으로 설명할 것입니다 - SBF와 친분을 과시했던 사람들은 입을 닫고 그 누구보다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책 <The Big Short>으로 유명한 마이클 루이스만이 SBF를 조금 두둔하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재판이 시작되었고 SBF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엔론 사건처럼 커다란 금융 범죄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인간의 오만과 무지를 너무나도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1. 내 1억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우리가 FTX 사건을 보고 놀랍니다. 그런데 사기 수법이 정교해서 놀라는 게 아니라 너무 단순해서 놀랍니다. FTX가 파산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단지 예시입니다. 정말로 실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주식은 토스에서 사고 비트코인은 FTX에서 삽니다. 저는 3년 전에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 생각하고 FTX에서 1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구매했습니다.

저는 언제라도 FTX에서 비트코인을 팔고 다시 현금을 회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제가 토스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구매한 이유는 언제라도 토스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현금을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무슨 삼성전자 경영에 관여하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삼성전자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구매한 것뿐입니다.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1년 전 어느 날 FTX에 현금이 없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제가 여러분들 앞에서 조금 솔직해져도 될까요? 저는 그 기사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씨발, 뭐라고? 내 1억이 없다고? 이거 가짜뉴스 아니야? FTX는 슈퍼볼에서 광고도 하고 유명한 투자회사인 Paradigm과 Sequoia가 투자한 회사인데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나는 일개 개인이지만 투자회사는 FTX의 재무구조를 상세하게 살펴본 후 투자를 했을텐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제 심장은 너무나도 빨리 뛰었고 그렇게 빛보다 빠른 속도를 FTX 앱을 클릭하여 내가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을 빨리 현금으로 바꿔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FTX는 현금은 안 주고 이런 공지를 띄우는 게 아니겠어요?

“앞으로 상당 기간 현금 인출은 불가능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뭐? 죄송? 불편을 드려? 아니, 1억을 못 준다는 게 지금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로 될 일이야? 곱슬머리 병신새끼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저는 휴대폰에 대고 이렇게 소리쳤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제 1억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2. 모래 위에 지은 성

제 심정이 어땠을지 여러분은 이해할 거라 생각합니다. 밥도 먹을 수가 없고 한강 깊숙한 곳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고 한강 다리만 보면 저도 모르게 발길이 그곳으로 옮겨지곤 했습니다. 저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보기 위해 기사를 찾아보았고 그렇게 살인 충동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FTX의 창업자 SBF는 FTX 말고도 Alameda Research라는 회사를 하나 더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SBF는 Alameda Research라는 회사에 무당벌레처럼 생긴 자기 여자친구를 CEO로 앉혀 놓았습니다. Alameda Research는 고객이 FTX에 맡겨놓은 돈을 마구잡이로 썼습니다. 그러니까 FTX와 Alameda Research는 사실상 하나의 회사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