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을 많이 따는 게 좋은 이유

일하다 죽는 게 곧 인생이다.

철학적 분석 : 교과서 밖의 지식은 없다

1. 시험이 전부다

난 아주 오랫동안 진정한 지식은 교과서 밖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 같은 것을 아주 하찮은 것으로 취급하곤 했다. 어린 시절에 난 선생님이 ITQ 자격증을 공부하라고 하면 그런 피상적인 지식으로는 컴퓨터에 대한 어떤 앎도 얻을 수 없다면서 거부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게 싸가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진정한 지식 운운하던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컴퓨터에 대한 어떠한 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컴퓨터를 두려워하는 늙은이 같은 인간이 되어버렸다. 오만이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오만은 나 자신을 무지로 몰아넣고 그 어떠한 발전도 없게 만든다. 왜 나는 ITQ 시험을 무시했을까? 난 그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시험을 두 번이나 봐야 했다. 실력 없고 멍청한 병신일수록 시험을 무시한다는 조상님의 말씀은 정확히 나를 저격한 것이었다.

공부 좀 하는 사람은 그 어떤 시험도 무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2. 관념론

교과서에 대한 내 생각을 철학적으로 분석해보면 내 생각이 소위 관념론이라고 불리는 전통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신은 나보다 몇 배는 똑똑하다. 그렇지 않은가? 따라서 난 당신이 관념론과 경험론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거라는 가정 아래에서 글을 쓰겠다.

자격증 공부는 공부가 아니라는 내 생각은 관념론 전통 아래에 있다. 왜일까? 관념론자들은 언제나 개별적 지식을 포괄하는 보편적 지식이 있으며 인간은 그 지식을 알 수 있고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관념론자에게 있어서 워드프로세서나 엑셀, 그리고 파워포인트에 대한 지식은 하찮다. 왜냐하면 그것은 컴퓨터에 대한 보편적 지식이 아닐 뿐만 아니라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보편적 지식도 아니다. 그저 하나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단편적 지식일 뿐이다.

관념론자들은 이렇게 개별적 지식을 하대한다. 그들은 언제나 모든 개별적 지식을 포괄하는 보편적 지식이 있다고 주장하며 인간이란 마땅히 그러한 지식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들은 그런 보편적 지식이 있음을 증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나처럼 오만한 사람은 관념론자들에게 끌린다. 그들과 허세를 함께 함으로써 내가 뭐 대단한 인간이나 된 것처럼 나댈 수 있기 때문이다. 헤겔과 그들의 추종자를 보라. 내가 어떤 인간인지 당신은 금세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ITQ도 한 번에 합격하지 못한 나는 컴퓨터의 역사가 어쩌니저쩌니 떠든다. 물론 난 컴퓨터 역사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저 수학이나 프로그래밍적 지식이 없이 말로만 떠들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관념론자들은 각론이 없다. 그들은 총론, 그것도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인 단어로 가득 찬 총론만을 말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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