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파편으로, 본질과 유리되어 하나의 먼지조각으로 산다

인간이 세계의 부품으로 소외되고, 이성 중심 세계관이 붕괴했음을 상징하는 이미지.

사뮈엘 베케트 - 고도를 기다리며

당신은 누군가가 “우리는 태어난 이유가 있습니다.”라는 개소리를 하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순수했던 시절에 우리는 저 말을 믿었다. 나는 하나의 소우주이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었다. 우리는 우연이 아닌 운명을 믿었고 무의미가 아닌 의미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무엇을 알려주던가? 저딴 예쁜 소리가 다 씹소리라는 걸, 저 쓰레기들은 다 자기 돈을 벌기 위해 저딴 개소리를 한다는 걸 알려주었다.

우리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똑똑히 마주해야 한다. 누구든 자기가 다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인간이란 존재 자체로 사랑받아야 한다는 개소리를 한다. 난 그 사람이 타인을 존재 자체로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는다. 인간이 존재 자체로 사랑받아야 한다는 씹소리를 하는 건 자기를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달라는 소리다. 저런 예쁜 소리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르네상스 시대에 살고 있지 않고 고대 그리스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인간은 세계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가 인간에게 요구하는 건 생산성이다. 따라서 인간은 분업을 하게 된다. 르네상스 시대가 추구하던 전인적 인간은 필요 없다. 아니, 오히려 없어져야 한다. 인간은 세계의 부품으로써 오직 하나의 일만 잘하면 되지 이것저것을 기웃거려서는 안 된다. 생산성 향상에 방해가 되니까.

국제 경제학은 이렇게 탄생한다.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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