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 도입, 강만수가 말하는 박정희가 밀어붙인 이유

부가가치세 도입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과 박정희의 결단

글 읽기 : 강만수 -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만약 당신이 뼈 빠지게 일 해서 어떤 프로젝트를 했다고 하자. 그런데 당신 보스가 빈대떡 뒤집듯 프로젝트를 업어버리면 어떨 것 같은가? 그 사람 밑에서 일할 수 있겠는가? 절대 없다. 그런 상사에게 내 시간과 열정을 바칠 수는 없는 거다. 따라서 상사를 잘 골라야 하고, 만약 내가 상사라면 부하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부가가치세를 도입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재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가 이 일을 담당했다. 물론 강만수는 당시에는 장관이 아니었고 실무자였을 뿐이다. 강만수는 건강까지 해쳐 가며 부가가치세 도입을 준비했다. 시력도 나빠지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도 없었다. 그래도 실무자이고 국가적으로 부가가치세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열과 성을 다하였다.

이렇게 일이 다 끝나갈 때쯤 사회 이곳저곳에서 부가가치세 반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세금을 신설하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이런 반대는 애초에 부가가치세를 만들 때부터 예견되어 있던 것으로, 결코 놀랄 게 아니다. 문제는 이 반대에 대한 윗선의 반응이었다. 윗선은 반대 여론에 휩쓸려 갑자기 부가가치세를 연기하자고 한 것이다. 말이 연기하는 것이지, 계속 연기하면 결국 부가가치세는 폐지되는 거다. 강만수 기분이 어땠을 것 같은가? 뼈 빠지게 부가가치세 만들어 놓았더니 여론 눈치 본다고 이제 와서 없던 것으로 하자니? 상사에 대한 배신감이 장난 아니었을 것이다.

강만수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부가가치세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진행시켰다. 자, 강만수가 박정희를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강만수는 박정희를 신뢰하겠는가, 하지 않겠는가? 아래 강만수의 글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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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가치세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도 야당인 신민당은 당론으로 반대를 했고 여당인 공화당도 지역구의 많은 유권자들이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에 내심으로는 반대하는 사람이 다수였다. 어렵다는 것이 명분이었으나 당시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지 않던 지역유지들을 중심으로 탈세가 어렵다는 거부감이 실질적인 이유였다는 정보 보고도 있었다. 어렵다든가,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는 반대론을 무마하기 위해 부가가치세법의 시행일을 경제 여건에 따라 연기할 수 있는 부칙 규정을 두었다.

이 규정을 들어 경제기획원이 경제단체들의 의견을 거들고 연기하자고 나섰다. 재무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렵다'는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았고, 상공부와 농림부가 연기에 가세함으로써 상황은 어려워갔다. 경제 4단체장은 남덕우 부총리를 찾아가 연기를 건의하게 되었다. 6월 7일 김용환 재무부 장관은 남덕우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장예준 상공부 장관, 최각규 농수산부 장관 등 경제부처 장관들과 부총리 집무실 옆 '녹실'이라고 이름하던 방에 모여 대책회의를 갖게 되었다. 당시 꾸준한 수출 증가와 중동 건설 수입의 유입으로 통화가 팽창 상태였고, 계속된 고속 성장으로 소비가 늘어나 쇠고기와 생선값이 속등하고 있었기 때문에 물가 상승의 억제와 통화의 긴축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물가 문제는 일시적인 조정의 문제이고 당시는 물가를 정부가 직접 통제하던 때라 전 부처가 합심하여 대책을 강구하여 실시하면 어렵지 않다는 것이 재무부의 입장이었다. 당초 부가가치세 도입을 결정한 남덕우 장관이 반대하고 당초부터 반대의견이 강했던 장예준 상공부 장관과 최각규 농수산부 장관이...

Comment

  • 루핑 says:
    12월 26 at 11:37

    린정! 좋은 리더의 모습이다 🙂
    금투세도 리재명 대통령 되면 밀어부쳤으면 좋겠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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