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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이 될 수 없다

2018년 12월, 나머지 절반에 관한 기록

1.북촌 시선 (2018.12.23)

1-1) 북촌이다. 정말 오랜만에 북촌이다. 효자동에서부터 입김 호호 불어가며, 시린 손을 비벼가며 걸어 걸어 걷다보니 어느새 도착한 북촌. 이렇게 된 것은 다 어제 잠이 오지 않아 다시 봤던 영화 <북촌 방향> 때문이겠지.

1-2) 영화 한 편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마음은 없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항간에서 추천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북촌 방향> 촬영 장소 따라가기’와 같은 주제로 북촌을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1-3) 그저 내키는대로, 발걸음 닿는대로, 휘적휘적 걷다보니 도착한 곳은 코리아 목욕탕 앞. 그래,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었지. 암, 그렇고 말고.

2.시간 여행 – 2018 (2018.12.26)

2-1) 시간이라는 것은 인간 언어의 분절성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라지. 흘러가는 물줄기를 무 자르듯이 끊어낼 수 없듯이 시간이라는 것도 본래 ‘여기까지 2018년이고 여기부터 2019년이야!’ 라고 말 할 수 없음에도 인간의 개념으로 구분지어 놓은 것이다.

2-2) 이런 기본적인 내용은 굳이 비싼 학비를 주고 대학교 국어국문학과까지 가지 않더라도 고등학교 때까지 기본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다면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건만, 나는 머리만 조금 굴리면 알 수 있는 것을 대학교에나 가서야 비로소 교과서에 나오는 ‘분절성’이라는 단어를 ‘배움으로써’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2-3) 남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 정도로 쉽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이 단어에 꽂혀서 머릿속에서 ‘분절성’이라는 단어를 굴리고 또 굴려가며 생각하고 또 가지고 놀아보았다. 그렇게 이 단어에 한동안 빠져있던 나는 어느 순간 단 1분도 이 단어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더 많아지게 되었고 이내 완전히 잊고 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나도 1년에 일주일 정도는 이 단어에 여전히 매료가 된다. 바로 연말과 연초이다.

2-4) 올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때에 사람들은 ‘송구영신’이라며 거창한 송년회와 신년회를 하고 새해 다짐을 하고 새로 산 다이어리에 작심삼일이면 끝날 계획들을 줄줄이 적어대고 야심찬 새해를 기대하지만 이 ‘새해 매직’은 1월 1일이 끝남과 동시에 1월 2일 출근길이 되면 눈 녹듯, 거짓말처럼 완전히 공중분해 되어 사라진다. 2n을 이 ‘새해 매직’ 속에 살아왔던 나는 몇 해 전부터, 아니 더 정확히는 ‘분절성’이라는 아주 중요한 단어를 비싼 등록금을 주고 대학에서 배운 이후부터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기에, 올해도 지난 날에 대한 반성이나 새해 다짐 없이 그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것 정도로 2018년을 보낸다.

3.어느 날, 내게 당신은 누구냐고 물어왔다 (2018.12.28)

3-1) 가치관. 어떤 사물이나 대상의 중요성에 대한 견해.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치관이란, 쉽게 말해 나라는 인간을 타인들에게 비추어 보여주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이슈에 대한 나의 가치관이라던지 사회, 경제,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가치관들이 모여 ‘나’라는 한 명의 인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3-2)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나의 가치관을 드러내기가 어렵다. 아니 사실은 무섭다. 정치적 가치관도 좌우, 사회적 경제적 가치관도 좌우… 난 어느 것도 선택하고 싶지 않고 그저 회색지대에 가만히 서 있고 싶을 뿐이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자꾸 선택을 강요한다. 쉽사리 선택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 그들은 최후의 질문을 던진다. “넌 어느 편이니?”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나는 그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심지어 공격의 대상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3-3) 가치관. 나라는 인간을 보여주는 8할 이상의 것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 쉽게 나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익명의 시대인데, 왜 난 선택과 대답을 강요 받아 나의 가치관을 드러내야만 하는걸까? 정말이지 무서운 세상이다.

4.나는 나 자신이 될 수 없다 (2018.12.31)

4-1) 나의 시선, 내가 바라보는 것. 단순히 눈 앞에 비추어진 무언가를 본다는 의미도 있지만 나아가 나의 생각과 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한 것.

4-2)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릇 시선이란 이런 것이다. 남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떻게 보여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나의 시선은 어쩌면 나에게만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교수님이고 선생님이고 선배고 멘토고, 나만의 시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말하지만 글쎄, 누가 수많은 보통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인 나의 시선 따위를 알고 싶어할까?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나만의 시선”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사실 나의 시선이라고 하는 것도 타인의 시선에 영향을 받아 정립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온전히 나만의 것은 없는 것이다.

4-3) 스마트폰과 sns에 24시간 내내 연결되어 있는 우리에게 과연 진짜 나의 시선은 존재하는 것일까?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인친의 사진을 보고 일본에 다녀오지 않아도 다녀온 것처럼 타인의 시선을 이용해 나의 시선인 것처럼 꾸며낼 수도 있고, 먹어보지 않은 것, 경험해보지 않은 것을 나의 시선인 것마냥 포장해 과시할 수도 있다. 이렇게 모두의 시선과 시선이 뒤섞여버린 세상 속에서 난 무엇이 진짜 나인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정 나의 시선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 푸들

* 이 글을 읽고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메일 구독을 하고 말았다. 그것은 불가항력적이었으며,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는 내가 아주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걸 즉각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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