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eo Essay December Background 1

어떤 것들에 대한 좋고 나쁨의 단상

2018년 12월의 기록 첫번째 

1.아무것도 아니지만 쉽지 않은 보통의 하루 (2018.12.09)

1-1) 평소 종종 들르는 레코드 판매 스토어가 있다. 이 곳은 가장 최신 앨범이 영화 <라라랜드> OST 앨범일 정도로 옛날 앨범들만 모아놓은 곳이다.

1-2) 하지만 옛날 음악이면 어떻고 요즘 음악이면 어떤가. 이 앨범 하나에 고등학교 때 추억이 떠오르고 저 앨범을 보면 불과 몇 년 전 연인과 함께 봤던 영화가 떠오르고… 비록 내 것이 아닌 것들이 모여있는 곳임에도 이 곳에 오면 온전히 나만의 것인 추억들이 떠오른다.

1-3) 그때의 추억들이 떠오르니 오늘의 이 보통의 하루도 언젠가는 좋았던 혹은 아름다웠던 기억의 단편 즈음으로 뇌리에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의 손에는 어느새 카메라가 들려있다.

2.난 망설임 없이 그 과자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2018.12.12)

2-1) 매일같이 온갖 새로운 것들이 원래 있던 것들의 자리를 꿰차고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동네 마트에 가면 내가 꼭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수입 식품 코너를 돌아보는 것이다. 호기심은 많지만 경험이 미천한 나에게 수입 식품 코너는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별천지인 곳이다. 그리고 그 곳에 한 번 발을 들인 나는 손에 무엇 하나라도 쥐어내지 않으면 쉽게 출구로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2-2) 하지만 그렇게 신기함과 호기심에 사로잡혀 내가 고른 과자는 이내 가방에서 잡다한 것들 속에 파묻혀 있다가, 어느 날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놀다 입이 심심해진 틈을 타 주전부리를 찾는 나의 손에 잡히게 된다. 그렇게 가방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운명을 다 할 뻔했던 이 과자는 굉장한 행운으로 어둠 속을 탈출하게 되었지만 그것도 잠시 뿐, 입맛이라는 것이 확고해지지 않은 3살짜리 어린 아이도 토해내버릴 것 같은 맛에 난 망설임 없이 그 과자를 쓰레기통에 처넣어 버린다.

3.어떤 것들에 대한 좋고 나쁨의 단상 (2018.12.18)

3-1)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 가지를 눈에 담고 귀로 듣고 또 이것들에 대해 짧게나마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매일 똑같은 출퇴근 길에 동일한 루트로 지하철, 버스를 타지만, 오늘 유독 다른 날보다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면서 이 생각이 ‘아 난 언제쯤 퇴사할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3-2)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져 나갈 때면, 갑자기 난 그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상에 빠져 매일 보는 똑같은 것들에도 혼란함을 느끼게 되고, 그 순간 나는 내가 아니게 되어버린다.

4.나의 사랑하는 것들에게 (2018.12.20)

4-1) 우리는 좋아한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좋아함을 마음껏 표현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나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해’ 혹은 ‘나는 집순이라 집에 있는걸 좋아해’, ‘나는 혼자 영화 보는걸 좋아해’와 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100가지라도 아니 1000가지라도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글쎄…

4-2) 사랑한다는 것은 좋아함과는 말의 무게부터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건 유치원생도 알 법한 것이기에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않으며, 아무 것이나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는 말의 무게감에서부터 오는 책임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4-3) 그래서일까, 나는 내가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는 것들은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었지만 그것들에 대해 온전한 애정을 쏟을 수 없었고 그래서 괴로워하는 나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괴로움과 숙고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 나는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사랑의 크기가 100만큼이고 내가 사랑하는 각각의 것들에 모두 100만큼의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없다고 하여 사랑하기를 포기하기보다는 100만큼은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만큼의 사랑이라도 줄 수 있다면, 어쩌면 그것으로도 족한 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숙고 끝에 나온 변명에 그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합리화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신이 없다고 해서 사랑하기를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보다는 ‘최선’을 다 한 사랑을 주는 것이 내가 나의 사랑하는 것들을 대하는 최선의 자세인 것을.

– 푸들

* 이 글을 읽고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메일 구독을 하고 말았다. 그것은 불가항력적이었으며,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는 내가 아주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걸 즉각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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