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Feminism Background

페미니즘 앞에 복종해라, 가만히.

Chapter 1 – 예술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정치적 선택의 빈약성이란 가히 경이로울 정도였다. 우선 중도좌파라고 칭하는 정당이 개인적 카리스마를 가진 후보를 앞세워 정권을 잡는다. 그의 임기 5년 동안 국민들은 이 후보에게, 더 넓게는 중도좌파에게 염증을 느끼고 우리는 결국 ‘민주적 정권 교체’현상을 목도하게 된다. 그렇게 중도우파라고 칭하는 정당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 정치적 선택이란 이 과정의 무한한 반복이었다.1

만약 몇몇 거만하거나 멍청한 정치인들이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정치는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집에서 포르노를 보며 자위하는 것에 질려 TV 쇼를 기웃거리는 자칭 지식인들에게 정치인들의 치부는 거의 구원에 가까웠다. 이제는 특별하지도 않은 대학 학위를 무기로 정치적 의견을 내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심지어 자신들이 똑똑하다고 착각하는 대학생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정치는 이들에게 언제나 증오할 사람을 안겨주었다. 누군가를 증오한다는 것, 그리고 그 증오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삶을 열성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다.

정치는 그렇게 존재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그렇다. 적어도 정치는 존재의 정당성은 가지고 있었다. 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삶의 정당화에 대해서 조금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들은 단지 사니까 사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논리이다. 그들은 아마 죽으니까 죽을 것이다. 그것들로 그들의 고민은 끝이다. 하긴, 누가 위스망스처럼 남이 모르는 자신의 치부를 부끄러워 한단 말인가? 누가 그토록 자신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스스로를 돌아본단 말인가? 그래. 어쩌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고민도 사실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란 하나의 종이조각처럼 가벼운 것인지도 모른다.2

중앙 도서관 앞에는 언제나 커다란 대자보가 붙어있었고 그것들은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들이었다. 나의 친구는(그가 ‘친구’라고 부르는 걸 허락한다면) 중앙 도서관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학내 성평등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여러분! 남성 교수의 비율이 90%가 넘고 있습니다. 여성은 언제까지 침묵을 지켜야 합니까!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모읍시다!”

그와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친구였다. 아니, 친구라기 보다는 공강 시간에 함께 밥을 먹기에 어색하지 않은 사이였다. 그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의 포부 앞에서 내가 들고 있는 발자크의 책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사회 변화에 동참하지 않는 예술은 죽은 예술이야. 예술의 의미는 사회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대중들에게 그것을 알리는데 있는 거야.” 세상의 변화. 난 하루에 절반을 현실이 아닌 상상의 세계 속에서 보내고 있었고, 그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예술이란, 특히 문학이란 현실 세계에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었다.

Chapter 2 – 복종할 준비를 하라

나는 주로 여자친구 집에서 산다. 이화여대에 다니는 그녀는 신촌 CGV 옆에 있는 브라운 스톤에서 살고 있었다.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80만원, 그리고 관리비 5만원. 즉, 그녀의 부모님은 이 어여쁜 딸에게 아낌없이 돈을 쓸 능력이 있는 것이다. 반면 나의 집은 누추하기 짝이 없었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신발을 두는 곳이 나오는데, 어찌나 작은지 내 군화와 운동화 2켤례로 꽉 차버리는 신세였다. 집 안에는 한 달 전에 시켜먹은 교촌치킨의 뼈들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다.

어쨌거나 나도 브라운 스톤의 넒음과 안락함을 선호했고 그녀는 내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산다는 것은 꽤나 좋은 일이었다. 그녀는 요리를 좋아했고, 나를 위해 하는 요리는 더 좋아했다. 또한 그녀는 섹스 역시 좋아했다. 나보다 먼저 섹스를 하자고 조르는 경우도 꽤 많아서 난 한 달 전부터 턱걸이를 하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난 그녀에게 만족감을 주고 싶다.

그녀는 오랄 섹스를 좋아했는데, 특히 나의 고추를 그녀의 목젖에 닿을 때까지 깊이 넣어주곤 했다. 고추의 뿌리까지 다 그녀의 입 속으로 들어갔을 때의 황홀감은 질 안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쾌감을 안겨주었다. “자기야, 오늘은 물이 좀 많이 나올 것 같아.” 그녀 육체는 놀라울 정도로 민감했고(나의 손길에만 민감하기를 바란다), 살결은 정말 눈부실 정도로 탱탱했다. 난 그녀의 젖가슴을 혀로 살며시 굴려주면서 오른손 중지로는 클리토리스를 간질였다. 그녀는 하체를 이리저리 꼬면서 내 귓가를 혀로 햝기 시작했다. 난 그녀의 육체에 성적 쾌감을 넘어서는, 경이로움에 가까운 압도적 아름다움을 느꼈다.

“자기야, 오늘은 안전한 날이라 안에다가 싸도 돼.” 그녀는 다리를 들여올려 내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 힘을 주었는지 그녀의 질은 내 귀두를 놓아주지 않을 것 처럼 단단히 조여왔다. 우리는 서로의 혀를 여지없이 비벼댔다. 그녀는 내 얼굴 전체를 혀로 햝아주었고 나 역시 그랬다. 명량한 그녀. 그녀는 구김살이 없이 명량했다. 그것은 내적으로 풍요로운,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어떠한 모순도 갖지 않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어떠한 예쁜 척을 하지 않아도 예뻤으며, 어떠한 성적 유혹을 하지 않아도 섹시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완벽한 사랑, 그리고 내면과 외면이 순수한 조화를 이룬 사람만이 그럴 수 있다.

난 그녀의 친구 관계가 원만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은 대개 친구 관계가 원만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 아름다움 때문에 주변인들이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 아름다운 모델들, 특히 카라 델러빈이 괜히 우스꽝스러운 얼굴이나 포즈를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일부러 ‘망가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이들에게 안도감을 준다. 사람들은 그녀들이 ‘털털’하다며 좋아한다. 아름다운 이들은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것이다. 성형을 해서 아름다워진 사람들은 이러한 ‘털털함’을 갖기 어렵다. 그들은 아직 자신의 외모에 대한 확신이 없으며, 다른 사람의 외모 평가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경직된 얼굴을 하고 있으며 스스로 그것을 시크함이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들에게서 시크함보다는 재수없음을 훨씬 더 많이 느꼈고, 그래서 성형 미인은 대체로 인기가 없다.

나의 여자친구는 성형을 하지 않았으며(난 그녀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대부분의 아름다운 여자들이 그렇듯 털털했다. 그래서 난 그녀가 “요즘 학교 생활이 즐겁지가 않아.”라고 말했을 때 거의 뇌졸증에 가까운 충격을 받았다.

“내가 신입생 때와 지금은 뭔가가 많이 변했어. 남자 이야기를 하거나, 예쁘게 화장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면 금새 왕따가 되어버려. 최근에 들은 건데, 서울, 경기권 대학교 학생회들이 페미니스트 조직을 만들고 있다고 그래. 이미 페이스북 페이지는 만들어졌고 그 곳에 자기 학교 남학생들을 조롱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어. 어쨌든 간에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스러운 것을 혐오해. 남자도 혐오하지만 동시에 남자처럼 되는 것을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있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치마를 입지 않고, 화장을 하지 않는 것들 말이야. 그렇게 하지 않는 여자들을 속물이나, 썅년으로 치부해버리고 공격해. 나도 당분간은 학교 생활을 조심스럽게 해야할 것 같아.”

Chapter 3 – 혁명의 방법

나는 여전히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고 그것은 선거철에도 여전했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투표를 해본 적이 없다. 선거철만 되면 사람들은 갑자기 <민주주의 시민>으로 돌변하여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라며 지랄을 떨어댄다. 연예인들까지 나서서 당신의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헛소리를 해대는데, 난 그들을 민주당에 잘보여서 KBS 프로그램을 하나 진행해보려는 속물들로 간주한다. 심지어 사람들은 내가 투표를 하지 않은 걸 알면 비난까지 해대는데, 하는 짓이 꼭 홍위병 같았다. 그래서 난 이번 학생회 선거가 다가왔을 때 우울증에 준하는 스트레스를 받았고 ‘씨발, 1번 찍었다고 구라나 쳐야지.’ 라고 다짐했다.

중앙 도서관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학내 성평등을 외치던 나의 친구는 기호 2번 최아름이라는 후보의 선거캠프에 들어갔다. 최아름을 말할 것 같으면 커서 젠더학 전공의 문화인류학 교수가 될 것 처럼 생겼다. 즉, 그녀가 생물학적 여성임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꽤나 세심한 관찰이 필요했고 아주 드문 경우가 아니고서는(예를 들어 인류에 최아름과 다른 남성 하나만 남았다는 정도의 가정이 적절하겠다) 결코 욕망의 대상이 될 일이 없어보였다. 어쨌거나 그녀는 교문 앞에서 거짓 미소를 지어보였고 그 미소는 나에게 불쾌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나의 친구는 내게 다가와서 기호 2번을 뽑는 것을 권했다. “이번에야 말로 세상을 바꾸는데 한 발 더 다가가는 거야. 세상의 변화는 연세대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거기에 힘을 보태줘!” 이 새끼는 마치 우리가 친한 사이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는데 그 모습이 꼭 이명박 같았다. ‘쥐새끼 같은 놈…’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발자크 책을 살며시 등 뒤로 숨기며 2번을 찍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결코 최아름이 선거에서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사회학 전공으로,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운동권’이었다. 지난 총학생회도 행정학과 출신의 운동권이 장악했었는데, 학생들은 당위만 주장하고 일은 더럽게 못하는 운동권 학생회에 질려있었다. 그들이 내새우는 공약은 한결 같았는데 학식을 4천원 이하로 내리겠다던가, 등록금을 내리겠다던가, 학생인권권리 조례를 만들겠다던가 따위의 하등의 쓸모가 없는 것들 뿐이었다. 상대 진영은 경영학과 출신들로서 당위에 매몰되지 않고 미친듯이 실리를 추구할 것 처럼 보였다. 아무리봐도 기호 1번이 우세했다.

“우리가 이길 거야. 분명해.” 내 친구는 자신감에 넘쳐서 말했다. “선대위원장인 김영학 선배는 선거전략의 귀재야. 우리가 분명히 이길거야.” 김영학이라면 경제학과 15학번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와 나는 문학 동아리 <농촌>에서 함께 활동했었다. 우리는 동아리 연사로 온 안희정 충남지사의 강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안지사는 아내와의 사랑이 자기 인생에거 가장 소중하고, 가장 큰 힘이 되며, 일찍 결혼한 것이 자기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한, 폭력으로 혁명을 이룰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제도권 정치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며 자기 정치 인생을 설명했다.

“안희정이 혁명을 포기한 것은 현명한 일이었어.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라는 당위적 외침으로는 절대로 사람들을 자극시킬 수 없어. 대중들을 움직이려면 그들은 분노하게 만들어야 해. 슬픔을 통해서든, 억울함을 통해서든 어쨌든 그들을 분노하게 만들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어. 분노한 사람들만큼 조종하기 쉬운 집단은 없거든.”

김영학은 내게 그 말을 했고 당시 난 그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중앙도서관 앞에 커다란 대자보가 붙은 것을 보고서 난 어쩔 수 없이 김영학을 생각했다. <총학생회장 후보의 성추행을 고발합니다>라고 아주 크게 쓰여진 대자보에는 경영학과 총학생회장 후보의 성추행 흔적들이 하나하나 적혀있었다. 그것은 경영학과 선본에서 활동하는 여학생들의 내부고발이었고 하나같이 보는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행위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판은 뒤집힌 것이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경영학과 학생회장 후보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며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그가 발악하면 발악할수록 그는 확실한 성추행범이 되어갔다. SNS를 주 무대로 삼고 있는 유사언론들은 – 아니 그냥 언론이라고 하자. 유사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과의 차이점을 난 알지 못한다.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총학생회 회장 성추행>이라는 제목을 하루종일 토해냈다. 그리고 기사 속에서 피해자 측이 <울었다>는 진술도 빼놓지 않고 적어놓았다. 성(性)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한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대한민국에서 그는 말할 것도 없는 쓰레기 였다. 또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눈물>이라는 철두철미한 증거까지 있으니 그가 성추행을 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해보였다. 트위터에 1분에 한 번씩 들어가는 병신같은 년들은 경영학과 학생회장 후보의 신상은 물론, 가족들의 신상까지 까발려 마녀사냥을 해댔다. 언제나 <정의>를 외쳐오던 트위터 페미니스트들다운 행동이었다. 그는 끝내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사퇴했고, 동시에 휴학했다. 최아름은 그렇게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이 되었고,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은 그녀가 상대진영에 풀어놓은 프락치들이라는게 밝혀졌지만 뭐 큰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운동권이 사용하는 아주 정석적인 선거전략이기 때문이다.

Chapter 4 – 시선강간

<마크롱이 말하다, 선생님 저 어쩌면 좋아요?> 마크롱은 자기 아내의 젖가슴에 안겨 이렇게 묻고 있었다. 이 페미니스트 프랑스 지도자는 지금 시위대를 목전에 두고 어떻게 할 줄 몰라, 예전에 자신의 선생이었던 아내에게 이 가련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참, 진정한 페미니스트군! 오늘자 뉴욕타임즈를 보며 난 다시 한 번 프랑스가 형편없는 국가임을 확인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때리고 부수는 것 밖에 없었고 심지어는 그것을 ‘혁명’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한국에도 체 게바라에 빠져 ‘혁명’이라는 말만 들어도 오르가즘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문제는 인구의 절반이 그런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마가렛 대처였으면 말을 탄 경찰들을 풀어서 시위대를 쓸어버렸을 거야…’ 나는 여자친구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그녀는 MT에 갔었고 오늘 오후나 되어서야 돌아올 예정이었다. 단지 그녀가 없을 뿐인데 방은 너무나도 넓게 느껴졌고 심지어 나는 고독감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사랑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구나, 없음을 통해 있었음을 보여주는 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독일보다 나은 거라고는 축구밖에 없는 이 멍청한 프랑스인들 이야기로 세상이 뒤덮혀 있었지만 나는 그딴 것에는 하등의 관심이 없었다. 난 그녀와 함께 자던 침대에 누워, 벽에 걸려있는 시침과 분침이 어서 오후 3시를 가리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즉, 내 관심사는 오직 내 여자친구 뿐이다.

“자기야! 나 보고 싶었지!” 그녀는 나를 안아주었고 방에는 다시 온기가 돌아왔다. “자기야, MT에서 대박 사건 있었다!” 그녀가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있잖아, 우리 과 선배들 중 몇 명이 페미니스트거든. 그래서 그 분들은 브래지어도 차지 않으셔. 그리고 항상 왜 남자는 웃통을 벗고 다녀도 되는데 여자는 그러면 안되냐고, 이 뿌리깊은 여성혐오 사상을 바꿔야한다고 말씀하시거든.” 난 이미 격렬한 피로감을 느꼈지만 사랑하는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려 노력했다. 47초에 한 번 씩 고개를 끄덕였으며 78초에 한 번씩 “응! 그래서 어떻게 됐어?” 라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런데 있잖아, MT에서 그 선배들 중 한 명이 정말 상의 탈의를 하고 다니신거야! 그것도 팬션 마당에서! 옆 숙소에는 다른 학교 학생들도 와있었거든. 그래서 옆에 있던 남학생들이 그 선배를 본 거야! 그리고 그 선배 친구들이 그 모습을 캐논 DSLR 800d로 찍어서 학교 신문사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제보했어. 이제 아마 곧 난리가 날거야!”

뭐? 나는 그녀에게 그 사진을 보여줄 수 있냐고 물었고 그녀는 단체 카톡방을 열어 내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는 정말 웃옷을 걸치지 않은 페미니스트 선배님을 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죽은지 5일정도 되어 충분히 발효된 쥐새끼의 시체를 마주한 것 같은 표정이었고, 그녀의 상체를 봤다는 것에 대해 무한한 불행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게 성추행인가? 라는 생각에 단체 카톡방의 글들을 읽어보았는데, 그는 이미 강간범이 되어있었다. 범죄명: 시선강간.

“아무튼 자기야, 이제 진짜 난리가 날거야. 우리 과대가 이미 빔사이트라는 언론사에도 제보했어. 우리 학교 커뮤니티에는 그 남자 아이 신상이랑 가족 정보도 다 퍼졌어. 부모님이 냉면집을 운영하고 계시던데 총학생회 측에서 단체로 그 식당 앞에 항의 시위를 하러 갈 계획인가봐. 난 잘 모르겠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그 남자들이 선배 몸을 일부러 본 것 같지는 않거든. 아니, 심지어 보고 싶어 한 것 같지도 않아. 하지만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 선배가 가슴을 내놓고 있었고 그 남자들은 그걸 봐버렸어. 그리고 그 모습이 사진에 담겼지. 그 남자들, 이제 인생 끝난 것 같아.”

나는 밀려드는 정보 앞에서 어지러즘을 느끼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침대에서 일어나자 마자 다리가 풀려서 넘어져버렸다. 나의 스쿼트 최대 중량은 20Kg 이었고 수많은 정보를 소화하고 이해하기에 나의 하체는 한 없이 부실했다.

Chapter 5 – 복종

“최 기자님, 명백한 오보 아닙니까! 저는 성추행 할 의도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냥 옆을 보니까 그 여자들이 있었을 뿐입니다. 게다가 그 여자들은 사진 찍을 준비도 해놨잖아요. 이건 일부러 남자인 제가 여자인 그 사람 보는 순간을 악의적으로 찍어 유포한 거라는게 명확하지 않습니까. ”

“오보도 기사입니다.”

“네?”

“오보도 기사라구요. 그리고 학생, 아직 학생이라 잘 모르나본데 당신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게 기자에요. 알아요? 더 이상 제 기사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신 페이스북에 제 기사를 가짜뉴스로 폄하한 것 다 봤습니다. 고소할 수도 있으니까 주의하세요. 사실일지라도 명예를 훼손하면 죄입니다. 다 캡쳐해두었으니까 알아서 하세요.”

“네? 아니 사실이 아닌 뉴스가 가짜 뉴스지 그럼 뭡니까?”

“가짜 뉴스도 뉴스입니다. 더 이상 기자라는 직업을 모욕하지 마세요. 당신 박진성 시인처럼 만들어버릴 수가 있어.”

“하, 씨발!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사실이 아닌 기사를 썼으니까 정정보도를 하든, 사과를 하든 해야할 것 아닙니까. 하, 씨발! 애초에 사실 확인을 하고 기사를 쓰셔야죠.”

“뭐, 씨발년?”

“씨발년 말고 씨발이요, 씨발!”

“야, 너 이제 뒤졌어. 여성 혐오자에 가부장제 옹호자 새끼야. 내가 왜 사실 확인을 하니? 너가 사실이 아니란 걸 증명해야지. 이제 너 한 번 죽어봐 , 이 한남 새끼야. 지금 나 트위터 열었어.”

녹취록이였다. 여자친구가 말한 사건이 꽤나 크게 터졌고, 성추행 범으로 몰린 학생들 중 한 사람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녹취록을 올리며 격렬하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유죄추정의 원칙에 의하면 그는 이미 성추행범일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 억울함을 호소함으로써 <2차 가해>를 행하고 있는 중 이었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그의 인생은 끝났다. 그는 자신의 신상 뿐 아니라 가족의 신상까지 다 털렸고, 부모님이 운영하는 냉면집 앞에는 페미니스트들의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조만간 부모님 장사가 망할 것이며 그는 자살할 것이라는 게 분명해보였다. 나는 그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느꼈지만 페이스북에 그 어떠한 댓글도 달지 않았다. 페미니즘의 정치권력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했고, 나는 강자만 보면 냅다 고개를 숙여버리는 남자 특유의 성미를 곧바로 발휘했다. 난 오히려 내가 페미니스트들의 눈에 들지 않은 것을 안도하며 앞으로 이 문제에 관련된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나는 쥐죽은 듯이 조용히 살 것이며 누군가가 페미니즘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을 때 <네, 멋진 사상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할 것이다.

“여러분, 언제까지 아랫도리 관리도 하지 못하는 남자들에게 억압 받으며 살아야합니까? 21세기의 혁명은 여성으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모두들 우리 앞에 복종할 것입니다. 여러분, 힘을 모아 세상을 바꿉시다! ‘재기해!’라는 말 사실 우리 여성들이 당한 것들에 비하면 그리 심한 말도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페미니즘은 이제 시작입니다. 남자들을 몰아냅시다. 남자들에게 기생해서 먹고사는 여자들도 몰아냅시다. 여성을 위한 시대, 제가 만들겠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철이었고 학교 교문 앞 커다란 횡단보도에서 한 서울시장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난 그녀의 말을 들으며 공감한다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억지 웃음에 얼굴 근육이 조금 아팠지만 웃지 않기에는 너무 무서웠고 공감을 표하지 않기에는 날 쳐다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 무언가가 바뀌고 있었다. 나는 대통령이 <페미니스트>를 선언했던 순간을 떠올렸고, 내 앞에서 연설하고 있는 저 군소정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민주당 원내대표와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는 사진도 떠올렸다. 난 페미니스트들이 그저 미친년들이라 생각했었고 내가 틀렸다. 남자들, 그리고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결코 모여서 무언가를 하지 않았지만 페미니스트들은 모여서 정치력을 행사하려 노력했고 성공했다.

Chapter 6 – 보수주의자

보수주의자들은 병신새끼들이다. 그 중에서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라고 소개하며 오스트리아 학파 이야기를 해대는 사람들은 더 병신새끼들이다. 그들은 절대로 페미니스트들을 이길 수 없으며, 더 넓게는 좌파도 이길 수 없다. 보수주의자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경제> 분야였고 입만 열면 <시장 법칙>이라는 말을 떠들어댔다. 이 자식들이 시장을 숭배하는 수준은 홍위병들이 마오쩌둥을 숭배하는 수준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이들은 세상 모든 것을 시장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시장 법칙을 따르지 않는 모든 것들은 시장 법칙을 따르도록 바꾸어야 한다>라고 믿었다공산주의자들이 주로 이렇게 생각한다. 경제 분야에만 머물러 있던 시장 법칙을 이들은 연애, 섹스, 가족, 결혼, 예술, 종교 등 시장 법칙만으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는 분야에 마구잡이로 집어넣었다. 이들에게 철학, 미학, 윤리, 예술 등은 하등의 쓸모가 없는 것으로 취급되었으며, 그런 것들을 논하며 시장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이들에게는 <그러니까 네가 가난한거야…> 라는 식의 좆같은 충고만 날릴 뿐이었다.

이렇게 보수주의자들이 세상을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고 있을 때 페미니스트들을 비롯한 좌파들은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며 생활양식 전반을 장악했다. 보수주의자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철학과 미학 그리고 윤리학은 현대 사회에서 엄청나게 중요하다. 페미니스트들은 우선 <언어>를 규제하려 들기 시작했다. 게이라는 말 대신에 성소수자라는 말을 써야했고, 불법 이민자라는 말 대신에 서류미비 이민자라는 말을 써야했으며 심지어는 <예쁘다>라는 말조차 금지시켰다. 이들은 이런 엿 같은 주장을 정당화 하기 위해 철학과 미학에서 이론을 빌려와 아름다운 단어와 아름답지 않은 단어를 분류했고, 아름답지 않은 단어는 곧 비윤리적인 단어라고 주장했다. <게이>같은 단어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되며 사용할 시에는 곧바로 성차별주의자 혹은 인종차별주의자, 아니면 그냥 병신 쓰레기로 취급받아도 괜찮다고 선언했다. 보수주의자들은 이번에도 시장 법칙 혹은 <자유>를 운운하며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에 반대했지만, <아름답지 않은 언어는 비윤리적이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말하지 못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아마 곧 자유주의자들은 <대중들이 페미니즘을 선택한합리적이유> 라는 식의 글을 작성할 터였다. 그리고 그 글 안에는 분명히 하이에크 혹은 밀턴 프리드먼 아니면 미제스 등이 인용되었으리라.

나는 급변하는 대한민국 사회를 바라보며 페미니스트들이 승리했다고 확신했다. 이제 민주당이 대변하는 사람들은 페미니스트들이 되었고 곧바로 여러 정책에 페미니즘적 요소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교육을 장악하는 자가 미래를 장악한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 페미니스트들 답게 곧바로 교과를 개편하기 시작했다. 남성들이 얼마나 악독한 쓰레기인가, 대한민국은 왜 여성들이 이끌어야 하는가, 남자들은 왜 죄책감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가를 초등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페미니즘적 교육에 반대하는 교사들은 모두 경질되었고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교사들은 빠른 승진을 하게 되었다.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은 이러한 정책이 <국가 발전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근거를 만들어내고 마는 – P value의 값을 이리저리 조정해가면서사회과학자들 다웠다. 서울대는 학생과 교수의 60% 이상이 여성으로 채워져아 한다는 정책을 마련했다. 경찰, 소방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성비 역시 이렇게 조정되었다.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대기업에서는 인적성 검사 시험에 <젠더 감수성 영역>을 추가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여성 70%가 성폭력을 당해보았다는 여성부의 통계 자료는 이 인적성 검사 시험의 필요성을 완벽하게 입증해주었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고 나의 생각과는 아무 상관없이 돌아갔다.

나는 이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여자친구에게 앞서 내가 말한 모든 것을 설명했다. 사실 그녀는 지금 조금 흥분한 상태였다. 그녀를 가르치던 전공 교수 중 한 명이 페미니즘적 정책을 비판하는 칼럼을 일간지에 실었고, 그렇게 그는 대학에서 해임되었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 페미니스트들은 그 교수의 신상 뿐 아니라 자식의 신상까지 털어서 음식물 쓰레기 택배를 보내거나 자식이 다니는 학교에 테러를 하는 등의 행동을 자행했다. 내 여자친구는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게 분명해졌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공감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그냥 세상을 따르는게 현명하다고 그녀를 설득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에게 실망과 경멸이 섞인 눈초리를 받았다.

Chapter 7

나는 <젠더 감수성 특채> 5급 사무관이 되어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성 평등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고 나는 <맨홀>이라는 단어를 <우먼홀>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나는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단어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다고, 우리는 다시 모든 것을 <성평등하게> 쌓아가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함께 내비추었다. 언어를 규제하는데 환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은 내 주장을 몹시 달가워했다. 나와 함께 특채로 사무관 생활을 시작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의 E=mc2 이라는 수식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주목받았다. 그녀에 따르면 이 수식은 빛의 속도를 다른 수많은 속도보다 우위에 두고 있으며, 이는 무엇이든지 우열을 가리려 하는 남성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따른 수식이라고 비판했다. 아인슈타인이 남자인 것이 이 주장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되었다. <젠더 감수성 특채>인만큼 대통령이 직접 우리 둘에게 상장을 수여하였으며 아주 온화한 미소를 우리에게 지어보였다. 나는 그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선언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내 인생은 아주 순조롭게 흘러갔다. 나는 남자들 중에서 드물게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이 되었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는 <남자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였고, 그와 동시에 페미니스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다. 거의 모든 직군이 여성 할당제로 진행되자, 더 많은 남자들이 건설 노동자, 택배 운전사, 광부, 원양어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대통령은 <원래 남자들이 하는 일>에 더 많은 남자들이 동참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남자들도 여자들처럼 서로 협력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가사노동은 동남아에 있는 여자들을 식모로 부리면서 해결하였다. 페미니스트들은 아직 <정신적 계몽이 덜 된> 후진국 여성들을 교육하며 가사노동을 시키겠다며, 동남아에도 페미니즘이 뻗어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여자친구는 나와 헤어진 이후 자살했다. 그녀는 해임된 교수님을 변호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수많은 악플에 시달렸다. SNS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경찰들은 곧바로 내 여자 친구의 신상 및 가족 정보를 인터넷에 올렸다. 음식물 쓰레기, 피가 묻은 인형, 자살하라는 편지 등이 그녀의 집 앞으로 배송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길을 걸어갈 때 위에서 누군가가 벽돌을 떨어뜨린다거나, 갑자기 밀치고 도망가는 등의 테러도 자행되었다. 아마 이러한 일련의 스트레스로 인해서 내 여자친구는 자살을 했던 것 같다. 그녀가 끝내 죽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SNS에서는 수많은 환호의 글들이 올라왔다. <흉자> 한 명이 죽은 것은 페미니스트 10명을 얻은 것과 같다는 말들이 이리저리 오갔다. 내 여자친구의 죽음은 페미니스트들의 업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그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남자 페미니스트로서 발언을 해야 할 압박에 시달릴 때면 죽음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사회적으로 성평등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라는 말을 해댔다. 나의 사회적 위상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난 그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담배 한 갑을 샀다. 집으로 들어와 담배를 태우면서 난 여자친구와 나눴던 마지막 대화를 떠올렸다.

자기야, 내가 항상 궁금해하던 것이 있어. 왜 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님들 중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사람이 극히 적을까? SNS에 통달했다고 말하는 마케팅 강사들의 SNS 규모는 형편 없을까? 왜 연애 상담을 해준다는 사람들은 정작 자기 연애는 엉망진창일까? 나는 항상 이게 궁금했어. 그런데 자기야, 자기 말을 들으니까 왜 그런지 알 것 같아. 자기는 세상에 대해서, 대한민국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꿰뚫고 있는 듯이 말하고 있어. 그리고 합리적 선택이 어떤 것인지 내게 설명해주고 있지. 하지만 자기야, 자기는 절대로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지는 못 할거야. 경영학 교수님들이 사업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연애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 자기 연애를 못하는 것처럼, SNS 강사들이 본인 SNS는 형편 없는 것처럼 자기도 그럴거야. 그리고 난 그걸 알게 되었다는게 너무 슬퍼.”

담배 한 대가 끝까지 타들어갔다. 나는 종이컵에 다 타버린 담배를 집어넣고서 그녀가 내게 마지막으로 했던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려 노력했다. 도대체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아마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다. 나는 성공했고 그녀는 자살했다. 나는  결국 내가 옳았다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담배 한 대를 더 피기 시작했다. 더럽게 맛 없는 담배였다.

– 김세라

* 이 글을 읽고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메일 구독을 하고 말았다. 그것은 불가항력적이었으며,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는 내가 아주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걸 즉각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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