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

2021.07.07. 일기

친구는 왜 턱이 두 개일까? 나는 언제나 이게 궁금했다. 그녀는 채식주의자다. 턱이 두 개인 채식주의자. 이 문장 자체가 형용모순 아닌가? 이 문장 자체가 논리적으로 잘못된 것 아닐까?

“있잖아… 넌 야채만 먹는데 어떻게 턱이 두 개야?”

나는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걸 외치지 못해 병이 나버린 이발사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난 정말 저 질문을 친구에게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호기심을 채우는 것보다 우정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할지도 모르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

이렇게 호기심을 꾹꾹 누르던 나는 오늘 마트에서 두 명의 비구니를 만났다. 그녀들은 고도비만으로 가는 길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스님이 뚱뚱할 수 있을까? 나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두뇌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나는 스님들에게 평소에 뭘 드시냐고, 정말 채식만 하시냐고 묻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포기했다. 스님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탐구는 자연에 대한 탐구보다 훨씬 어렵다. 감정이 필연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이다.

스님들은 속세가 돌아가는 방식을 잘 알지 못하는지 마트에 놓여있는 셀프 계산대를 사용할 줄 몰랐다. 나는 그녀들에게 이러이러한 버튼을 누르고 카드를 집어넣으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그녀들은 속세에 존재하는 기계에는 아는 바가 전무했지만 속세에 존재하는 과자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나보다 더 많았다. 그녀들이 구매한 과자들을 보고 있자니, 다과를 단순히 음미하는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즐기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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