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뮈엘 베케트 - 고도를 기다리며
철학은 이제 학문이 아닙니다. 경영학은 경영을 연구하고 회계학은 회계를 연구합니다. 철학은 무엇을 연구하나요? 그런 거 없습니다. 철학은 연구 대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과거에 철학은 연구 대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윤리, 정치체제, 미학 등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학문들은 이제 없어졌습니다. 서울대학교만 미학을 전공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대는 두려움과 안일함 때문에 구조조정을 미루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철학은 무엇인가요? 철학은 활동입니다. 철학은 세계를 정리하는 활동입니다. 각 분야의 주요 논점을 확인하고 그 논점을 정리하는 게 철학의 전부입니다. 따라서 현대에 있어 철학은 분석철학 말고는 없습니다. 현대에 여러 가지 예술 양식, 경제 활동, 철학이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지를 걸러내야 하는데 이 활동이 철학의 전부입니다. 철학은 학문이 아니라 지적 활동입니다.
제가 계속 말하지만 바로크 예술과 데카르트와 케플러는 하나입니다. 그리고 데카르트가 없으면 경영학이나 경제학도 없습니다. 존재의 시대가 운동의 세계로 바뀌어야만 무역과 교역이 일어나고 경제가 성장합니다. 날카로운 인간은 렘브란트를 보고 본능적으로 데카르트와 케플러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동시에 장원의 몰락과 도시의 탄생이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알게 됩니다. 그 사람은 네덜란드에 가서 수많은 <야경> 그림을 보지만 렘브란트만 빛을 운동 법칙을 위해 사용했다는 걸 압니다. 그 이유 때문에 수많은 화가들 중 렘브란트만 살아남은 것입니다.
이런 활동 자체가 철학입니다. 철학은 무언가를 연구하는 게 아닙니다. 철학은 활동입니다.
문제는 이 활동은 소수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러분이 놀랄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렘브란트를 보고 아무 생각도 안 합니다. 그들은 그냥 유명하다고 하니까 암스테르담에 갑니다. 그들은 렘브란트가 어떤 예술 양식을 가지고 있고 ‘왜’ 그러한 예술 양식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과학과 예술과 철학과 경제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궁금해하지조차 않습니다. 즉, 그들은 자기 삶에서 철학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런 삶은 어떻게 보면 좋은 것입니다. 이들은 고민이 없습니다. 그냥 잘 먹고 잘 싸면 끝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러한 이들을 위해 존재합니다. 이들이 없으면 현대 경제도 없습니다. 이들은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양’이고 언제나 ‘목자’를 필요로 합니다. 이들은 스스로 살 수 없고 누군가를 바라보아야만 살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자기 개선이 아닌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시간과 돈을 소비합니다.
또 다른 부류가 있습니다. 이들은 삶과 세상을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이들은 철학을 할 능력이 없습니다. 이들은 방황합니다. 이들은 혼란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들은 완전히 향락에 빠질 수도 없고 완전히 철학 활동을 할 수도 없습니다. 이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