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구독자께서 스튜디오 크로아상에 실린 글에 대해 보내주신 편지입니다. 타당한 말씀을 하고 계시다고 판단하여 다른 분들도 읽을 수 있도록 웹사이트에 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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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쓰신 글을 잘 보고 있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쓰신 글의 많은 부분에 공감합니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란 본질을 알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한 시대라는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때때로 주변 사람들이 질병의 원인을 묻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특히 우울증의 원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듣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표현을 빌려 간단하게 말합니다.
“우울증의 원인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도 우울증의 원인을 알고 싶습니다. 우울증은 유전이라는 말도 있고,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그밖에 수많은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우울증과 인과관계에 있다고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건 단지 우울증 환자는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가 잘 안된다는 것이고 이를 약물로 어느 정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것뿐입니다. 이 이상을 의사에게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현대에 이르러 병의 원인을 찾는 걸 포기했으며 단지 통증을 없애는 것에만 집중할 뿐입니다.
환자의 통증을 줄이는 것, 이것이 기술자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선생님의 글을 읽기 전까지는 제 생각의 철학적 기반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선생님이 그뢰즈는 로코코로 분류될 수 없다고 말씀하신 것에 반박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그뢰즈에 대해 하신 말씀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뢰즈는 로코코로 분류되어야 합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그림의 ‘내용’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예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양식’을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