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삶을 단지 즐기기만 할 수 없다

나는, 나는 삶을 즐기기만 할 수 없다.

그림 보기 : 프랑수아 부셰 - Diana Bathing

내가 만약 삶을 오직 즐기면서 살 수 있다면, 정말 그럴 수 있다면 나는 부셰를 와토보다 좋아했으리라. 나는 가끔 부럽다. 좋은 집과 좋은 차와 좋은 직장으로 삶의 모든 걱정을 없앨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나는 부럽다. 단지 향락만 있으면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나는 부럽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그런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부셰의 그림을 보라. 부셰의 그림을 로코코 양식이라고 한다. 로코코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난 이미 설명했다. 로코코는 과학 혁명이 끝난 후 인간에게 찾아온 허무를 다루는 그림이다. 과학혁명이 무엇인가? 하늘과 땅을 나눈 것이 과학혁명이다. 뉴턴을 비롯한 당대의 과학자들은 모두 신을 믿었다. 그러나 그들이 믿는 신은 중세의 신과 달랐다.

중세의 신은 땅에 개입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신은 땅에 개입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의 신은 그저 시계 제작자처럼 지구라는 시계를 완벽하게 만들고 나서 하늘로 사라져 버렸다. 과학혁명이 해낸 일은 신이 만든 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알아낸 것이었다. 땅은 이제 인간의 것이다. 인간은 신이 만든 시계를 완벽하게 이해했고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하늘과 땅은 완전히 갈라졌다.

인간은 물론 과학혁명에 열광했다. 하지만 동시에 허무도 느끼고 있었다. 과학은 “왜?”라는 질문에 답해주지 않는다. 과학은 단지 “어떻게”를 답해줄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은 “왜?”를 알고자 한다. 하지만 알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세계가 왜 이렇게 작동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때 어떤 인간들은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실재에 도달할 수 없다는 슬픔을, 삶의 의미를 영원히 알 수 없다는 슬픔을 느낀다.

이 슬픔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로코코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대여, 슬퍼하지 말아라. 여기 예쁜 세상이 있다. 슬픔은 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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