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바로크를 사랑한 이유

그림 보기 : 카라바조 -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

1. 교황청 권력의 정당성

여러분, 잠시만 과거로 떠나보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바로크 시대에 있습니다. 교황청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교황청은 바로크 미술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들은 바로크 미술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철학과 미술을 보는 눈을 얻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글을 통해 매우 중요한 능력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혹시 의심을 해본 적이 있나요? ‘도대체 교황청은 어떤 근거로 저렇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일까?’라고 의심해본 적이 있나요? 당연히 있습니다. 우리는 권력의 정당성을 의심합니다. 권력자는 이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권력자는 자기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신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교황청도 예외가 아닙니다. 교황청도 종교기관이기 이전에 권력기관입니다. 그들은 자기 권력을 정당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교황청은 “교황을 비롯한 주교들은 신에 대해 일반인보다 더 잘 안다.”라는 말에서 권력의 정당성을 찾습니다. 여러분! 교황청은 정말 놀라운 말을 했습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은 1) 신이 있다. 2) 인간은 신에 대해 알 수 있다. 3) 그런데 신에 대한 앎은 인간마다 차이가 있다. 4) 그렇기에 신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 권력을 잡고 세계를 움직여야 한다. 라는 논리로 자기 권력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인간이 신에 대해 알 수 있나요? 인간의 이성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저는 인간이 신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주장을 거부합니다. 신은 인간 앎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마음속에는 신 혹은 절대적 선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신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뿐이지 신에 도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교황청은 교황이나 주교가 신에 도달했으며 신의 뜻을 알고 있다고, 그래서 그 뜻을 일반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와, 교황청은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런 교황청에게 저처럼 “인간은 신에 대해 알 수 없으니 교황이나 이제 막 태어난 아기나 신에 대해서는 평등하게 무식하다.”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요? 죽습니다. 교황청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인간은 신을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그래야 앎의 수준을 가지고 교황부터 평민까지 인간을 위계화할 수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교황청의 권력 근거는 “인간은 신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언명입니다. 인간이 신에 대해 알 수 없으면 교황청도 필요 없습니다.

2. 인간은 어디까지 알 수 있는가?

아, 여러분! 그런데 실제로 인간 앎의 능력을 의심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바로크 직전의 매너리즘 시대입니다. 매너리즘 시대의 그림을 보십시오. 비율이 안 맞고 색채도 힘이 없습니다. 여러분, 매너리즘 시대의 인간들은 인간 앎의 능력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눈으로 보는 세계가 과연 실제 세계가 맞을까? 어쩌면 내가 지금 눈으로 보고 있는 세계는 실제 세계가 아니라 그저 내가 인식한 세계가 아닐까? 어쩌면 인간은 세계의 본질에 대해 영원히 알 수 없는 게 아닐까? 인간은 객관적 진실을 알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게 아닐까?”

매너리즘 시대의 인간들은 이렇게 인간 앎의 능력을 의심합니다. 그들은 갑자기 세계로부터 소외되었습니다. 아, 교황청은 이제 큰일 났습니다. 제가 앞서 말했듯이 인간 앎의 능력이 곧 교황청 권력의 근거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근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인간 앎에 대해 의심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구세주가 나타납니다. 바로크 화가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