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보기 : 뒤샹 – 샘
뒤샹이 미술에서 한 일은 존 케이지가 음악에서 한 일과 같습니다. 즉, 그는 예술이라는 분야가 따로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예술은 단지 사람들이 예술이라 부름으로써 예술이 되는 것이지 작품 안에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이때부터 디자인으로서의 예술이 시작됩니다. 작품이라는 건 일상생활과 격리되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게 됩니다. 즉, 이제 예술가라는 직업은 없습니다. 단지 음악을 파는 사람과 그림을 파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을 ‘예술가’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고대 그리스나 르네상스 시대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 사람은 마치 현행 헌법을 부정하고 과거의 헌법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현재는 현재만의 룰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예술은 사람들이 예술이라 부름으로써 예술이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선호는 시장에서 결정됩니다. 명작이 비싼 게 아닙니다. 비싼 게 명작인 것입니다. 대통령감이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이 된 사람이 대통령감인 것입니다.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