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 On the Genealogy of Morality
언어가 사유를 정교하게 위장하며, 때로는 우리 자신마저 기만한다는 통찰은 실로 경이로우며 섬뜩한 자각이다. 니체가 논리학의 연역적 추론이 아니라, 마치 숙련된 의사가 병의 징후를 직감하듯, 본능적인 심리적 투시력으로 이 언어의 간계를 간파했다는 사실은 그를 단순한 사상가를 넘어선, 인간 영혼의 가장 깊은 병리를 진단하는 탁월한 심리학자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우리 언어는 교묘하게 주체와 행위를 분리시키고 마치 행위 뒤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자유롭게 선택하는 '나'라는 실체가 있는 것처럼 우리를 현혹한다. 비트겐슈타인이 그의 저서에서 그림까지 동원하며 "나는 나의 세계다", "형이상학적 자아는 없다"고 역설했던 것은 바로 이 언어적 환영과의 처절한 투쟁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공공장소에서 유독 높은 데시벨로 타인의 평온을 교란하는 어떤 인간 유형을 관찰한다고 가정해보자. 피상적인 관찰 끝에 누군가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통화할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저렇게 시끄럽게 구는 것을 보니, 저 인간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결여된 매우 질 낮은 존재임에 틀림없다"라고 단언한다면, 이 판단은 근본적인 오류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관찰자는 행동과 그 행동을 수행하는 주체가 마치 분리 가능한 두 실체인 양 간주하는, 언어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들의 무의식적 전제는 이러하다. "인간에게는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통화할 수 있는 선택지와 시끄럽게 통화할 수 있는 선택지가 동등하고 자유롭게 주어져 있으며, 인간은 이성적 판단에 따라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유로운 조건하에서 시끄럽게 통화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그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이 그릇된 선택이 곧 그 인간을 천박한 존재로 규정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인간과 행동은 그렇게 쉽게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 인간이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 자체가 곧 그 인간의 존재 양태이며, 그의 내부에 축적된 힘의 필연적인 발현이다. 즉, 그는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