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2025년 3월 8일호
Article: A new film is breaking box-office records in China
중국 박스오피스를 초토화한 애니메이션 <네자 2>는 단순한 흥행 신화를 넘어 중국 사회가 직면한 깊은 정서적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드러낸다. 수십 년간 중국 영화산업은 공산당의 주도 아래 애국주의적 주선율(主旋律) 영화의 홍수 속에서 움직여왔다. 그러나 이제 시장은 더 이상 국가가 내세우는 이념적 메시지에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 <네자 2>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이 영화는 기존 권위에 반항하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젊은 영웅 네자를 통해 단순한 오락물 이상의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중국의 청년 세대는 이제 더 이상 거대한 국가의 영웅담에 감동받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내면적 갈망을 반영하는 캐릭터에 열광하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정의할 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중국 청년 세대의 삶은 현재 심각한 위기 속에 놓여 있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부모 세대가 쌓아온 자산 가치는 하루아침에 증발했고 지속된 경기 침체와 심각한 취업난으로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이전 세대들이 국가주의와 집단주의를 강조하며 개인의 희생을 미덕으로 간주했다면 현재의 청년들은 그러한 희생이 자신들에게 아무런 보상도 가져오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닫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네자 2>가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네자가 맞서 싸우는 대상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기존 질서와 운명 그 자체다. 주인공 네자는 전통적인 질서와 권위에 반기를 들며, 스스로 운명을 선택할 자유를 요구한다. 네자의 투쟁은 바로 중국 청년들이 내면 깊숙이 느끼고 있는 정서적 갈증과 분노를 정확히 건드린다.
한편 중국 정부의 반응은 매우 복합적이다. 공식적으로는 <네자 2>를 지지하고 홍보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이 영화가 애국주의나 사회주의 가치관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도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에 통과된 중국 영화산업 촉진법은 모든 영화가 '핵심 사회주의 가치관'을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네자 2>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고 있다. 당국의 공식 노선과 대중의 요구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한 셈이다. 그럼에도 영화관들이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와 같은 할리우드 대작의 개봉을 미루고 <네자 2>를 전면적으로 지원한 것은, 국가 이념이 아니라 소비자의 힘이 더 강력한 현실을 명확히 드러낸다. 정부는 시장을 통제하려 하지만 이미 대중의 요구와 취향은 기존 이념의 틀을 벗어나 독립적인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