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분석 : 인간은 문명을 얻는 대신 본성을 포기해야 했고 그 결과 문명을 파괴하려는 인간이 생겼다
페미니즘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페미니즘에 관해 말한다는 건 곧 페미니즘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페미니즘에 관해 알아도 페미니즘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안다는 건 내 판단의 근거를 안다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이게 중요한 겁니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런 판단을 내리는가를 아는 것, 이게 판단 그 자체보다 중요합니다.
남성 페미니스트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알다시피 이분들은 여성을 위해 페미니스트가 된 게 아닙니다. 그리고 이는 비난받을 일도 아닙니다.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입니다. 만약 어떤 남성 페미니스트가 자신은 온전히 여성을 위해 페미니스트가 되었다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매우 위험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인간은 그 욕망을 제어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종종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말도 안 되는 성범죄를 저지르는 걸 봅니다.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스트가 된 이유는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입니다. 달콤하고 거대한 말을 하여 여성의 마음을 얻고 다음으로는 몸을 얻기 위한 것이죠. 그런데 여성들이 남성 페미니스트에게 마음과 몸을 주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남성 페미니스트는 분개합니다.
이건 마치 이런 겁니다. 어떤 사람이 동물을 잡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서 덫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동물이 덫을 잘 피해 가는 겁니다. 이때 이 사람은 ‘도대체 그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노력했는가?’라고 물은 뒤에 총을 꺼내서 동물을 죽입니다. 그리고는 말하죠. “난 널 신사답게 덫으로 사냥하려고 했어. 그런데 네가 그 덫에 걸려들지 않았잖아.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총을 쓸 수밖에 없었던 거야. 총을 쓴 건 내 잘못이 아니야. 덫에 걸리지 않은 네 잘못이지.”라고요. 따라서 나는 여성을 위해 페미니스트가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합니다. 그는 언제라도 총을 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좀 더 깊게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남성 페미니스트들은 도대체 왜 여성의 마음과 몸을 이런 방식으로 얻으려 하는 걸까요? 인간은 누구나 매력 있는 사람의 마음과 몸을 얻고 싶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 프로그램과 결혼 프로그램이 그렇게 많은 것이죠. 그런데 여성의 마음과 몸을 얻는 방법은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 말고도 많습니다. 재력을 기를 수도 있고 외모를 가꿀 수도 있겠습니다. 재력과 외모가 - 그중에서도 특히 재력 -이 여성이 남성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이를 부정한다면 그 사람 역시 매우 위험한 사람입니다. 욕망을 직시하지 못하는 사람은 욕망을 제어할 수도 없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남성 페미니스트가 된 이유는 다른 남성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 문명은 자원의 분배를 공평하게 하지 않으며 할 수도 없습니다. 문명은 우선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문명을 통해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여 삶을 꾸려나가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문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동물적 본성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합니다. 인간은 우선 살인을 하지 말아야 하고, 도둑질을 하지 말아야 하며, 근친상간 및 식인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인간은 일하지 않고 쉬고 싶은 욕망을 억제해야 하고, 꾸미지 않고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도 억제해야 합니다. 즉, 인간은 문명을 얻은 대가로 자신의 본성을 포기해야 하는 겁니다.
이는 우리 인간들에게 있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왜일까요? 인간은 절대 본성을 완전히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창가가 사라질 수 있을까요? 마지막 인간이 사라져야 사창가가 사라질 겁니다. 여기서 인간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본성을 승화하는 사람이 있고 본성을 승화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나 성욕이 있고 누구나 물욕이 있고 누구나 권력욕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욕망을 어떻게 해소하는가이지 욕망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승화는 이 욕망을 우회로를 돌아 해소하는 걸 말합니다. 기업가나 정치가와 예술가는 이 욕망을 승화시키는 사람입니다. 물론 저는 여기서 알렉상드르 카바넬같은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이들도 다 욕망이 있지만 문명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욕망을 해소합니다. 이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사람이고 문명의 세례를 받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본성을 승화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범죄자가 됩니다. 형벌이 두려워 범죄자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마음속에 문명을 향한 엄청난 적개심을 키워나갑니다. “이 사회는 너무나도 잘못되었다. 왜 내가 아닌 저들이 내가 원하는 걸 가지고 있는가? 이딴 사회는 필요 없다. 차라리 다 뒤집어엎거나 사회를 없애버리고 자연 상태로 돌아가자.” 이들은 문명을 향해 이런 적개심을 드러냅니다. 이런 사람들 중 한 부류가 바로 남성 페미니스트입니다.
남성들 사이에 경쟁이 얼마나 심한가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남성들은 자주 우정을 말합니다. 마치 우정을 말하고 또 말하면 정말로 우정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게 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