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분석 : 브라질 선거를 보면서
1. 민주주의
브라질의 대통령은 룰라다. 왜냐하면 그가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이걸로 모든 게 끝났다. 만약 누군가가 이 사실을 거부한다면 그는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것이고 실패 시 목이 잘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역사 시간에 혁명이 무슨 대단한 것인 것처럼 배웠다. 하지만 혁명은 그냥 폭력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폭력을 통해 정권 교체에 성공하면 혁명이고 실패하면 반역이다. 혁명과 반역은 결과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지 그 둘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결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자.” 같은 개소리에 속지 않는다. 그냥 다른 세상이 있을 뿐 더 나은 세상은 없다. 어떤 세상에 있든 우리는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대로 행동할 것이다.
브라질에서 폭동이 일어났는데 내가 생각할 때 이들은 수익률이 아주 낮은 행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심지어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보우소나루를 대통령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난 이들의 폭동이 결코 성공할 것이라 보지 않는데, 왜냐하면 이들은 그냥 자기감정을 주체 못 해 날뛰는 망아지일 뿐 어떻게 룰라 정권을 전복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리더가 누구인가? 보우소나루는 미국에 처 박혀 아주 미묘한 방식으로 이 폭도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폭도들 중 많은 이들이 브라질을 위해서 폭동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우선 나는 이 말 자체를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다 자기를 위해서 행동하는 것이지 무슨 대의를 위해서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자기만족이라는 게 그 안에 숨어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인간은 온전한 이타심에 다가가려 노력만 할 수 있을 뿐 도달할 수는 없다.
그래도 넓은 마음을 써서 이들의 말을 받아들이자. 즉, 이들이 브라질을 위해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고 하자. 이 역시 이상한 소리다. 왜냐하면 브라질을 위한 길이라는 것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더 나은 국가인가? 어떤 정책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 정책인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수가 선택한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고 더 나은 정권이다. 그게 끝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수가 곧 정의다. 이걸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귀족주의자고 엘리트주의자다. 이들은 속으로 거지나 여성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쩔 건가?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우리는 옳고 그름을 다수결로 정하는 세상에 태어났다.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평등하다는 걸 믿기로 합의한 세상에 태어났다. 이걸 지키지 않겠다는 건 모든 사람이 ‘자동차’라고 부르는 걸 혼자서 ‘책’이라고 부르겠다고 나대는 것과 다름 아니다.
옳고 그름이 무엇인가? 다수가 선택하면 옳은 것이고 소수가 선택하면 그른 것이다.
2. 기관을 장악하라
우리는 현대 국가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잘 알고 있다. 현대 국가는 기관을 통해서 국가를 경영한다. 누군가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다고 하자. 그 사람은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검찰, 경찰, 기재부, 국방부 등 국가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직의 장을 임명한다. 그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국가 전체를 통치한다. 이렇게 각 기관의 장을 임명하는 권한이 곧 권력이고 대통령의 힘이다.
국민들이 투표로 어떤 대통령을 뽑았다는 건 그에게 이러한 권력을 주겠다고 말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자기 편의 인물을 각 기관의 장으로 앉힌다. 만약 자기 편이 아닌 인물을 기관의 장으로 앉힌다면 그것은 야당의 반대를 미리 무력화하기 위해서이지, 무슨 협치 같은 걸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가끔 대통령이 임명한 기관의 장에 대하여 야당이나 야당의 지지자들이 반대하는 걸 본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님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이들은 단지 대통령과 여당을 비난함으로써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속시키고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를 끌어내리기 위함이다.
이들의 행동은 결코 비판받을 게 아니다. 왜냐하면 정당의 목표는 권력 장악이고 권력 장악을 하기 위해서는 적을 공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야당이나 야당 지지자들이 비판받아야 한다면 그건 대통령이나 여당을 공격했기 때문이 아니라 공격하는 방법이 효율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브라질로 돌아가자. 룰라는 대통령이 되었고 그에 따라 그는 각 기관의 장을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임명할 것이다. 룰라는 어떻게 할 것인가? 브라질 국민의 절반이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절반 중 폭동에 나설 만큼 극단적인 사람은 소수다. 따라서 룰라는 극단주의자들은 법 집행으로 강력하게 처벌하고 나머지 반대자들에게는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이는 브라질을 위해서가 아니라 룰라 자신을 위해서다. 만약 그가 지금 폭동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각 기관의 장들이 룰라를 따르지 않을 것이고 그 경우 룰라는 권력을 잃을 것이다. 이미 경찰은 룰라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산전수전 다 겪은 룰라가 이걸 모를 리 없다.
우리는 그가 감옥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뇌 기능을 적절하게 유지하였는지, 세월이 그를 멍청한 노인네로 만든 건 아닌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