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듣기 : 파란노을 – I Can Feel My Heart Touching You
그는 말했다. 더는 도망가지 않겠다고. 그 말을 듣고 나는 알았다. 내가 겁쟁이라는 걸. 내가 도망자라는 걸. 나는 마주해야 할 걸 마주하지 않으며 삶을 낭비하고 있다는 걸.
알량하고 작은 내 마음. 나는 내 마음속에 나만의 성을 만들고 그곳에서 영주 노릇을 한다. 한낮 환상인 줄 모르고. 아니, 이제는 환상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다. 존 밀턴의 말처럼 내가 만든 환상이 이제 내 주인 노릇을 하려고 한다. 간악한 마음. 뭐든지 합리화해버리는 이 간악한 마음. 죽을 용기도 없고 살 용기도 없는 나.
그런데 그거 알아요?
나도 도망가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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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전혀 궁금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알고 싶지 않아. 나는 그가 만든 예술만을 듣고 싶다.
당신은 도망가지 않았나요? 당신은 정말 도망가지 않으며 살고 있나요?
나도 그럴 것입니다. 아니, 이 말은 실수에요. 미래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으니까. 나는 도망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아, 이 말도 실수네요. 그 누구도 최선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으니까.
나는, 그러니까 나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어느 정도가 최선인지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그 지점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그 행위가 내게 아무런 보상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