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ðeldur를 들어보셨나요?

음악 듣기 : 시규어 로스 - varðeldur

구독자에게 받은 편지다. 맞는 말이기에 여기에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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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악은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을 타는 느낌, 퇴근 시간에 서울에서 경기도로 가는 광역 버스 정류장의 긴 줄 가운데 서 있는 느낌, 인공위성을 통해 도시의 빛을 바라보는 느낌을 줍니다. 이 음악 바탕에는 신시사이저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 위로 음들이 물 위에 반짝이는 빛처럼 잠깐 모습을 보였다 사라지고, 또 잠깐 모습을 보였다 사라집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건 우리의 삶 같아.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지. 어김없이 내일은 찾아오고 우리는 다시 세계 속으로 함몰되지. 우리는 이 세계 속에서 자신의 몫을 얻고자 각자의 소리를 내고 그 소리들은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갈등하지. 그리고 나도 이 세계의 일부로 협력과 갈등 속에 있지. 나 역시 흐르는 물 위에서 빛을 내고자 애쓰는 존재일 뿐이지.”

언젠가 사무실에서 사람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까? 점심시간이 되기 1시간 전부터 점심으로 뭘 먹을까하는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고, 퇴근하면 또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잔다. 이런 삶을 몇 년째 반복하고 있는 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걸까?”

저런 생각의 기저에는 나 자신과 저들을 비교하며 나 자신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있습니다. 저는 퇴근을 하면 TV를 보기보다는 철학 공부를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단지 하루 하루를 살려하지 않고 삶과 세계를 조망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식이 아닌 지혜를 구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자위에 불과했습니다. 오늘의 피로와 내일의 공포를 잊기 위해 TV를 보는 것과 철학 공부를 하는 건 아무 차이가 없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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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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