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무엇이 있을 때보다 무엇이 없을 때 왜 나는 더 감동하는가? 나는 언제나 내게 말했다.
“세상 안으로 들어가라. 세상 속에 나를 녹여버려라.”
하지만 악마 같은 나의 오만이, 나의 비겁함이, 나의 허접함이 끊임없이 내 귀에 속삭인다.
“너는 세계를 세계 밖에서 조망할 수 있다. 너는 남들과 다른 인간이다.”
아! 무언가를 더하는 건 쉽다. 어려운 건 무언가를 버리는 것이다. 자아를 비대하게 만드는 건 쉽다. 어려운 건, 정말로 어려운 건 자아를 녹여버리는 일이다. 나는 왜 이리 비겁하가? 나는 왜 이리 약한가?
버려라. 쓸모없는 모든 것들을 버려라. 오만과 허영을 버리고 가벼운 몸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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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글래스의 음악을 미니멀리즘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니멀리즘은 현대 예술이다. 왜인가? 우리는 종합이 불가능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사항은 내가 쓴 인문학 이해하기를 참조하라. 세계를 밖에서 조망하여 종합할 수 있다는 악마 같은 속사임, 그것이 바로 시대착오다. 현대 예술은 종합을 거부한다.
필립 글래스는 음악의 한 조각을 우리에게 던져 준다. 우리가 그의 음악은 뼈대만을 우리에게 툭 하고 던져 줄 뿐이다. 살을 채우는 건 우리의 몫이다.
나에게 이런 용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겉치레를 버리고 가벼운 몸으로 거듭나려는 그 용기, 있는 것을 과감하게 버릴 용기, 그리고 내 결정을 끝까지 밀고 나갈 그 용기가 내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필립 글래스의 음악처럼 살아야 한다. 그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다. 왜냐하면 내가 그 길을 원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