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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터너

음악 듣기 : 악틱 몽키스 – Love is a laserquest

1. 자기 취향의 근거를 알아야 한다

난 악틱 몽키스를 좋아하는데 이는 그들의 음악이 쿨하고 무겁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모차르트, 에이펙스 트윈, 스티브 라이히, 글렌 굴드, 로코코 미술, 현대 추상 미술을 좋아하는 이유와 똑같다.

나는 베토벤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는 그의 음악이 너무 무겁고 나에게는 너무 허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플라톤, 헤겔, 신고전주의 미술 등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와 똑같다.

어찌 되었든 철학이나 예술은 취향이다. 따라서 무엇을 좋아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왜 어떤 철학과 어떤 예술을 좋아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자기 자신을 알 수 있고 자기 취향을 더 깊게 밀어붙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안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래야 삶을 더 풍성하고 논리적으로 꾸밀 수 있다.

스튜디오 크로아상에 있는 철학 및 미술 글을 읽으면 자기 취향을 아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그 글에 동의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하면서 자기 취향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취향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내가 악틱 몽키스의 를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겠다.

 

2. 하나의 사고 실험

노래를 들으며 한번 이렇게 생각해보자. 여기 어떤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어떤 여자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여자는 남자만큼 사랑에 진실하지 않다. 이 여자는 그저 남자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로부터 아직도 내가 남자들에게 매력 있는 여자라는 걸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하다. 즉, 여자에게 있어 사랑이란 자기 가치를 확인하는 게임일 뿐 상대방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남자는 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도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는 걸 멈출 수가 없다. 하지만 남자는 두렵다. 사랑을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할까 봐 두렵다. 그래서 남자는 스스로에게 이런 주문을 건다. “이 여자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야.” 이렇게 남자는 자기 마음을 속이고 여자와 관계를 이어 나간다.

그런데 영원히 스스로를 속일 수 있을까? 없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끝난다. 여자는 거울을 들여다본다. “난 더 이상 남자에게 매력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라고 물으면서. 하지만 이 물음은 깊게 나아가지 못한다. 또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구애한다. 그녀는 다시 밝음을 되찾는다. 자신이 시장에서 가치가 있음을 확인했기에.

남자는 여전히 여자를 잊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도 가끔씩 여자가 생각난다. 그때마다 남자는 말한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었어.”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서 남자는 늙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여자를 생각한다. 남자는 말한다.

‘이제 어떻게 해야 그 사람을 스쳐 지나가는 여자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그녀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여겼음에도 아직까지 난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녀를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내 삶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여길 수 있을까?’

 

3. 의미 부여는 없다

이게 끝이다. 그냥 어느 날 어떤 사람이 내게 찾아왔고 어느 날 그 사람이 떠났다. 그리고 난 그 사람을 그리워한다. 이게 끝이다. 여기에 무슨 우리는 운명이라느니, 이별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해서 살 수 없다느니 하는 질척거림은 없다. 누가 자기 사랑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 삶에 운명이란 없다. 삶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우연이다. 인간 앎은 필연을 파악할 수 없다.

그러니 사랑 역시 우연이다. 그저 어느 날 왔다가 어느 날 갔다. 그리고 단지 그 기억이 내 가슴 속에 남아있을 뿐이다. 쓸쓸함, 고독, 아픔은 내가 견뎌야 할 몫이다. 사랑이 행복과 기쁨만을 줄 거라고 생각했단말인가? 그렇게 오만했단 말인가?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는 법이다. 그 사람과 기쁨을 나누었으니 이제 슬픔을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 의미는 없다. 그저 그런 일이 일어났을 뿐이다.

이 노래는 그저 담담하게 노래한다. 무겁지 않다. 쿨하다. 그래서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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