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안경은 궁극적으로 일본을 망하게 만드는 길이다

해변에 놓인 둥근 안경과 ‘메가네(めがね)’라는 일본어가 함께 그려진 영화 《안경》의 썸네일 일러스트

오기가미 나오코 - 안경

《안경》이라는 영화는 관조적인 평온함과 삶의 여유로운 리듬을 예찬하는 듯한 표피 아래, 실은 세계와 인간 실존에 대한 근원적인 오만과 현실로부터의 교묘한 도피라는 치명적인 병증을 숨기고 있다. 이 영화는 마치 심오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 현자의 목소리를 빌린 듯, 조용하고 친절한 화법으로 관객에게 삶의 본질을 설파하려 하지만 그 온화한 가면 뒤에는 현대 문명과 인간의 역동적인 삶 자체를 재단하고 평가하려는 선민의식과 지적 교만이 음험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도시 문명의 복잡성과 긴장, 그 속에서 분투하는 인간의 노고를 마치 극복해야 할 질병이나 오염처럼 간주하며, 그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한적한 해변 마을에서의 원시적 물물교환과 규칙적인 체조,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공허한 '사색(たそがれ)'으로 점철된 철저히 이상화되고 거세된 삶의 풍경이다.

이들이 선택한 '바보 되기'는 순수한 무지나 겸손의 발로가 아니다. 그것은 도시에서의 치열한 삶, 혹은 더 나아가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과 욕망 자체를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자의 순진함을 가장한, 혹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자의 기만적인 자기 연출에 가깝다. 그들의 엉뚱한 표정과 무심한 듯한 몸짓 뒤에는 복잡한 현실과 당당히 마주하여 자신의 의미를 창조해나가는 이들에 대한 은밀한 경멸과 '나는 너희와는 다른, 더 높은 차원의 존재'라는 선민의식이 깔려 있다. 그들은 암묵적으로 타인에게도 이 '숭고한 바보'가 될 것을 권유하며 문명인의 고뇌와 성취보다는 야만인의 단순함과 무위(無爲)가 더 우월하다는 도착적인 가치 전도를 시도한다.

영화가 제시하는 '치유'의 서사는 도시를 '병든 곳'으로, 그곳을 벗어나 휴대폰조차 울리지 않는 고립된 공간에서의 정적인 삶을 '낙원'이자 '구원'으로 상정한다. 그러나 이들이 애써 외면하는 진실은 그들의 목가적인 낙원이야말로 그들이 그토록 폄하하는 도시 문명의 생산력과 시스템에 기생하여 유지된다는 점이다. 빙수 장면에서 나타나는 물물교환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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