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나를 사랑하는지 궁금한가? 유산을 보면 판단 가능하다

검은 선으로 구획된 격자 안에 빨강·노랑·파랑과 크림색 직사각형이 배치된 몬드리안풍 추상화.

니체 - On the Genealogy of Morality

사랑이라는 관념을 둘러싼 감상적 신화, 즉 그것이 인간의 저울로는 도저히 측량할 수 없는 초월적 실체라는 해묵은 믿음은, 실은 삶의 근원적 역학을 직시하길 꺼리는 음침한 영혼들의 자기기만적 위안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세계를 헤아리고, 모든 현상에 가치를 매기며, 그것들을 상호 교환 가능한 질서 속으로 편입시키려는 존재, 즉 타고난 회계사이다. 이 세계 그 어떤 것도 이 집요한 측정의 의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부모가 진정 나를 사랑했는지 그 깊이를 가늠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감상적 수사를 걷어내고 그들이 남긴 삶의 총체적 결산, 예컨대 유산의 분배라는 냉엄한 장부를 들여다보라. 거기에는 종종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부여했던 가치의 차등이 그 어떤 감미로운 언어보다 정직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은가. 한 형제보다 내가 더 많은 것을 물려받았다면 그것은 단순한 우연인가, 아니면 평생에 걸쳐 축적된 애정의 편차, 즉 사랑의 비대칭적 '측정' 결과가 물질적 형태로 응고된 것인가?

인간의 진화 과정은 야만적 본능의 안개 속에서 이성이라는 날카로운 칼날을 벼려온 역사이다. 그리고 이 '지성'의 핵심 기능이야말로 바로 측정하고, 분별하며, 계산하는 능력이다. 세계를 분절하고, 각 요소에 가치를 부여하며, 그것들의 상호 관계를 정량화하려는 이 충동은 생존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세계를 지배하려는 힘에의 의지의 가장 세련된 표현이다. 회계 장부의 복잡한 숫자들이 혼란스러운가? 그것은 아마도 정신이 덜 단련되었거나, 혹은 현실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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