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2025년 3월 22일호
Article: The American and Russian right are aligning
미국과 러시아의 우파가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단순히 정치적 유행이나 선동적 호기심으로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20세기 이후 서방 세계를 지배해온 자유주의적 질서가 근본적인 철학적·문화적 한계에 다다랐음을 증명하는 일종의 문명사적 징후다. 그동안 '자유주의'라는 미명 아래 절대적 가치로 여겨지던 개인주의, 인권, 글로벌리즘이 더 이상 서구 문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반이 아니라 오히려 문명을 내부로부터 해체하는 독소가 될 수 있다는 강력한 반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MAGA 운동과 러시아의 신보수주의가 만나는 지점은 정확히 여기에 있다.
트럼프가 이끈 MAGA 운동의 핵심은 단지 경제적 번영이나 외교적 우위를 넘어선 문명적 회복이었다. 트럼프 시대에 나타난 미국 우파의 특이성은 과거 레이건 시대의 보수주의와 달리 시장과 개인의 자유를 넘어 '국가적 공동체'의 정체성과 도덕적 질서를 재확립하려는 움직임이었다는 점이다. 자유와 평등을 절대화하며 무한 확장을 꾀한 글로벌리즘과 리버럴 엘리트가 사회의 전통적 가치를 파괴하고, 국가의 정체성을 와해시켰다고 보는 우파 지식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구 문명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자유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정치적·철학적 모델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이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커티스 야빈(Curtis Yarvin), 패트릭 디닌(Patrick Deneen), 스티브 배넌(Steve Bannon) 등 '포스트-리버럴', 즉 탈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들이다.
이러한 철학적 흐름은 대서양을 넘어 러시아의 알렉산더 두긴(Alexander Dugin)과 맞닿아 있다. 두긴의 사상은 한때 '러시아 민족주의'로 치부됐으나 실제로 그는 단순한 민족주의자가 아니다. 두긴은 '전통주의(Traditionalism)' 철학의 주요 계승자로서 서구 자유주의가 초래한 현대의 도덕적·정치적 혼란을 비판하고 종교와 국가, 전통의 재건을 주장한다. 그는 근대적 개인주의와 세속주의가 인류의 보편적 타락을 가져왔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명의 근원적 뿌리인 종교적·도덕적 전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믿는다. 여기서 두긴은 러시아라는 국가를 단순한 민족국가(nation-state)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명적 국가(civilization-state)로 인식한다. 즉, 러시아는 고유의 문명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서구의 자유주의와 구별되는 독립적인 문명권으로 자리 잡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