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2025년 3월 22일호
Article: The luxury industry is poised for a deal wave
명품 산업의 근본적인 본능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먹는다. 먹고 싶은 본능.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단순하고 고상한 척하는 이 패션 세계 역시 본질적으로 정글이다. 결국 Prada가 Versace를 집어삼키려는 지금의 상황은 전혀 놀랍지 않다. 내가 진짜로 놀라는 건 이 무자비한 현실을 여전히 부정하려 드는 사람들의 천진난만함이다. 기업이 합병하는 이유는 성장과 생존이 아니라, 생존을 가장한 지배욕이자 탐욕의 충족이다. Prada와 Versace의 합병은 서막에 불과하다. Armani의 창업자는 자신의 브랜드를 매각할지 고민 중이고, Dolce & Gabbana의 후계 문제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건 명품 산업의 주류가 이제 '엘리트 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아름다운 옷감 아래 숨겨진 자본의 광기,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진짜 얼굴이다.
지금 명품 업계의 현황을 냉정히 보자. 2023년 기준으로 글로벌 명품 시장 매출의 31%를 차지한 LVMH, Kering, Richemont 등 초거대 그룹은 이미 삼류 브랜드들을 먹어치운 뒤 이제는 일류 브랜드까지 호시탐탐 노린다. 이제 그들은 Prada와 같은 자존심 강한 브랜드조차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았다. 명품 시장의 2% 역성장은 가벼운 악몽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소비 위축으로 ‘작은 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Versace나 Burberry 같은 '중간급 브랜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결국 이런 브랜드들이 합병을 통해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먹히거나, 먹거나.
도대체 왜 Prada는 Versace를 흡수하려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규모의 경제가 모든 것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명품 사업은 본질적으로 덩치가 클수록 막강한 협상력을 얻고, 광고비를 낮추며, 최고의 디자이너를 쉽게 영입할 수 있다. 작은 브랜드가 아무리 독창적인 디자인을 내놓는다 해도 소비자들의 관심은 결국 재력과 지배력으로 무장한 거대 기업에게로 흐른다. Prada가 Versace를 삼켜 버리면 그들은 시장에서 더욱 강력해질 뿐 아니라 경쟁사들을 더욱 간단히 짓밟을 힘을 얻을 것이다.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치부하는 인간들의 멍청한 환상 따위는 이 냉혹한 현실 앞에서 가차없이 박살 난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경쟁 당국이 이제 합병에 대한 반감을 내려놓기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 작년에 FTC가 Tapestry의 Capri(현재 Versace 소유 기업) 인수를 막았던 적이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합병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시장을 완전히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그 어떤 국가도 자신들의 패션 산업을 경쟁에서 밀려나게 둘 여유가 없다. 유럽 역시 세계적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명품 산업의 대규모 합병을 묵인할 수밖에 없다. 결국 모든 국가들은 이 거대 자본의 야수들이 좀 더 강력하게 상대를 물어뜯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