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으로 상대방을 구속하지 말라

철학적 분석 : 고통 앞에 의연하라

“우린 운명이야.” 남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엇이 이런 말을 하게 했나요? 두려움이, 그리고 욕심이 이런 말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두려웠습니다. 그녀가 언젠가 떠나갈까 봐, 자신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목소리가 사실은 연기임을 여자가 알아차릴까 봐.

그래서 그는 말했습니다. “우린 운명이야.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이렇게 사랑하도록 정해져 있었어.” 아, 그는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운명이라는 단단한 끈으로 그와 그녀를 묶어버리고자 합니다. 그 끈이 하나의 환영임을 모른 채.

운명은 없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운명을 인식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새장에 갇혀있는 존재고 운명은 새장 밖에 있습니다. 남자는 그녀를 우연히 만났고 우연히 좋아하게 되었을 뿐입니다. 운명은 무서운 말입니다. 언젠가 그녀가 그를 떠나고 싶어 할 수 있습니다. 그때 그녀는 운명을 거부하는 사람이 됩니다. 왜 누군가를 가두려 하나요? 왜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하나의 독립적 존재로 봐 주지 않나요? 그는 어떤 근거로 자신이 그녀를 독점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나요?

욕심과 탐욕과 자만심이 운명이라는 멋진 말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