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 On the Genealogy of Morality
통념은 법을 평화의 초석이자 공정의 저울이라 속삭인다. 그러나 그 평온한 법의 여신상 뒤편, 역사의 심층을 응시하는 자에게 법은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결코 중립적인 지대가 아니며 숭고한 정의의 자생적 발현은 더더욱 아니다. 법은 본질적으로 투쟁의 산물이자 가장 첨예한 투쟁의 도구이며,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힘들의 각축장이다.
'객관적 정의'라는 신화는 순진한 영혼을 위한 위안이거나, 혹은 교묘한 지배의 수사일 뿐이다. 어떠한 법도 진공 속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모든 법규는 특정 시대를 살아간 인간들의 가치 평가, 그들의 염원과 공포,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의지가 각인된 결과물이다. 법전을 펼치는 것은 중립적인 진리를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승리한 해석, 혹은 힘겹게 쟁취된 타협의 기록을 읽는 행위와 같다. 그러므로 법 앞에서 "그것이 공정한가?"라는 물음은 종종 허공을 맴돈다. 보다 근원적인 질문은 "그것은 누구의 의지를 대변하는가?", "어떤 힘의 관계를 정당화하고 있는가?"여야 한다.
역사 속에서 법의 계보를 추적하는 일은 이러한 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예컨대 노동하는 자들의 권리를 명문화한 법규들을 보라. 그것이 과연 시혜적인 '정의감'의 발로였던가, 아니면 생존을 위한 처절한 외침과 조직된 힘의 압력이 빚어낸 투쟁의 결과물이었던가? 법 조항 하나하나에는 지난한 세월 동안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때로는 피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