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보기 : 한국 사회 읽기, 2025년 4월 18일
쌍용건설이 3년간의 깊은 적자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흑자 전환이라는 햇살을 마주하게 된 이야기는, 단순히 한 건설사의 재무적 회생기를 넘어, 이종(異種) 산업 간의 결합이 빚어내는 예상 밖의 화학작용과 한국 건설 산업의 숨겨진 역동성을 드러내는 흥미로운 서사다. 마치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고목처럼, 쌍용건설의 부활 뒤에는 글로벌세아(Global Sae-A)라는, 언뜻 건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새로운 주인이 자리하고 있다. 이 생경한 만남의 실체는 무엇이며 '쌍용'이라는 이름이 흔히 떠올리는 아파트 단지의 이미지와 달리 이 건설 명가(名家)는 실제로 어떤 건축물을 세상에 내놓아 왔는가? 그리고 그 거대한 건축물들이 탄생하기까지, 건설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수주 전쟁을 치르는 것일까? 이 질문들의 답을 따라가다 보면, 쌍용건설 부활의 '비결' 속에 담긴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쌍용건설의 새로운 구원투수인 글로벌세아는 의류 제조 및 수출 분야의 글로벌 강자다. 1986년 설립 이후, 월마트, 타겟, 갭 등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들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및 ODM(제조업자 개발 생산) 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해왔다. 아이티,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연간 수억 장의 의류를 생산하며, 섬유·패션 분야에서 견고한 입지를 다져왔다. 이처럼 의류 생산이라는 본업에 충실하던 글로벌세아가 쌍용건설 인수에 나선 것은 언뜻 보면 의아한 행보다. 그러나 이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성장 동력 확보 및 그룹의 외연 확장이라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미 제지(태림페이퍼), 플랜트(세아STX엔테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온 글로벌세아에게, 오랜 역사와 높은 기술력을 가진 쌍용건설 인수는 건설업이라는 새로운 축을 확보하고 그룹 전체의 안정성과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중요한 발걸음이었다. 특히 쌍용건설의 재무적 부실이 최대 걸림돌이었던 만큼, 글로벌세아의 안정적인 자금력과 경영 관리 능력은 쌍용건설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밑거름이 되었다. 기사에서 언급된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바로 이러한 새 주인의 의지와 역량이 반영된 결과다.
그렇다면 글로벌세아가 품에 안은 쌍용건설은 과연 무엇을 짓는 회사인가? 많은 이들이 '쌍용'하면 아파트를 떠올리지만 이는 쌍용건설의 진면목을 일부만 보는 것이다. 물론 쌍용건설도 '더 플래티넘(The Platinum)'이라는 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하고 주택 사업을 영위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강점과 명성은 평범한 아파트 단지를 넘어선, 고도의 기술력과 섬세한 시공 능력이 요구되는 특수 건축물과 해외 프로젝트에서 빛을 발한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의 상징적인 스카이파크, 두바이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과 주메이라 에미리트 타워 호텔 등 세계적인 랜드마크 건축물 시공에 참여하며 '고급 건축의 명가'라는 명성을 쌓았다. 국내에서도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옛 타워호텔 리모델링), 서울 및 부산 아시안게임 선수촌, 각종 첨단 병원 및 대규모 사회기반시설(도로, 교량, 지하철 등) 건설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선보였다. 즉, 쌍용건설은 대량 생산되는 아파트보다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예술성까지 요구되는 '작품'에 가까운 건축물을 빚어내는 데 특화된 건설사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도심에서 '쌍용아파트'를 흔히 보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양적 확장보다는 질적 차별화와 고부가가치 프로젝트에 집중해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