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보기 : 한국 사회 읽기, 2025년 4월 18일
엔씨소프트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은 비단 한 기업의 부침을 넘어, 급변하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즉 게임 산업의 본질과 그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때 '리니지'라는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한국 게임 산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거인이 어째서 탈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듯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게임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벌고, 게임이라는 상품은 어떤 생애 주기를 가지며,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한국 게임 산업의 지형도는 어떠한지 등을 입체적으로 조망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이 산업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소위 '게임 대기업'이 갖는 규모의 실체는 어떠한지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게임 회사의 수익 창출 방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진화사를 보여준다. 초창기 아케이드 게임의 동전 투입이나 패키지 게임의 일회성 판매 방식은 가장 고전적인 모델이다. 이후 월정액을 내고 접속하는 구독 모델이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시대를 풍미했으며, 인터넷 보급과 함께 '부분 유료화(Free-to-Play, F2P)' 모델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는 게임 자체는 무료로 제공하되, 게임 내 아이템(스킨, 능력치 강화 아이템 등)이나 편의 기능, 추가 콘텐츠(DLC, 확장팩) 등을 판매하여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특히 모바일 게임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 내 광고 시청을 통해 수익을 얻는 모델도 보편화되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를 통해 부분 유료화 모델, 그중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크게 의존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으나, 바로 이 모델이 현재 엔씨소프트를 위기로 몰아넣은 양날의 검이 되었다. 사용자들은 과도한 과금 유도에 피로감을 느끼고 '돈 쓰는 게임'이라는 부정적 인식은 신규 사용자 유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수익 모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주목받고 있으며 IP를 활용한 라이선스 사업이나 게임 플랫폼 운영을 통한 수수료 수익 등도 중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결국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은 시장 트렌드와 사용자 경험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게임의 생애 주기는 자동차와 같은 전통 제조업의 제품 수명 주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자동차가 보통 5~7년 주기의 완전 변경 모델과 연 단위의 부분 변경을 거치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패턴을 보인다면, 게임의 흥행 수명은 극단적으로 짧거나 혹은 예상외로 길게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의 평균 수명은 약 37.6개월, 모바일 게임은 6개월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신작의 인기가 한 달을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소비 주기가 짧아졌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이러한 짧고 치열한 생존 경쟁의 단적인 예시다. 반면 '리그 오브 레전드'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심지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처럼 10년 이상, 혹은 수십 년간 꾸준히 사랑받는 게임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의 장수 비결은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 사용자 커뮤니티와의 소통, 시대 변화에 맞는 시스템 개선 등 끊임없는 관리에 있다. 즉, 게임은 출시가 끝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사용자와 호흡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유기체와 같다. 이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화려하게 데뷔한 게임이라도 순식간에 잊혀지는 것이 게임 시장의 냉혹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게임 회사의 성공을 결정짓는가? 이는 단일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다. 강력하고 매력적인 IP는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자산이다.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는 사용자의 몰입감을 높이고, 혁신적이고 재미있는 게임 플레이 메커니즘은 사용자를 붙잡는 핵심 동력이다. 기술적인 완성도, 즉 안정적인 서버 운영과 최적화된 그래픽 구현 역시 기본 중의 기본이다. 효과적인 마케팅과 사용자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소통 능력도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앞서 언급한 수익 모델의 설계 또한 중요하다. 지나치게 과도한 과금 유도는 단기적인 수익을 가져올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사용자 이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