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vs. 애플: 자국 보호무역주의의 처참한 패배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와 애플 대표가 협정 서류를 교환하는 모습

The Economist 2025년 3월 8일호

Article: Indonesia’s shakedown of Apple comes to an end

인도네시아 정부와 애플의 협상 과정은 현대 글로벌 경제에서 국가주의적 보호무역 정책이 가진 한계와 맹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TKDN(Tingkat Komponen Dalam Negeri, 현지 부품 사용 의무)은 표면적으로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려는 정책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다국적 기업과의 경제적·정치적 힘의 차이를 간과한 미숙한 전략이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TKDN 규제를 앞세워 애플을 상대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했지만 결국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만을 내세우다가 자국의 투자 매력만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애플은 전략적 인내와 명확한 비즈니스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사실상 초기 계획을 거의 변경하지 않고도 정부의 압박을 손쉽게 무력화시켰다.

애초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서 애플에 맞설 수 있는 카드가 부족했다. 2023년 인도네시아에서의 아이폰 판매량은 전 세계 판매량의 약 1%에 불과한 230만 대였다. 인도네시아는 자국의 거대한 소비 시장을 바탕으로 애플에 압박을 가했지만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은 글로벌한 부품 공급망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특히나 인도네시아 내에서 충분한 수준의 부품을 조달하는 것은 처음부터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내에서 애플이 활용 가능한 부품 공급처는 대만 기업 야게오(Yageo)가 생산하는 세라믹 커패시터뿐이었다. 이처럼 정부의 TKDN 요구는 실질적인 시장 여건과 공급망 현실을 무시한 비현실적인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

게다가 협상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일관되지 않은 태도로 인해 협상력을 스스로 약화시켰다. 애초 정부는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강력히 요구하며 이를 승리로 선전했지만, 협상이 난항을 겪자 결국 3억 2천만 달러라는 현저히 낮은 금액에 합의했다. 심지어 공장 건설 계획조차 기존에 애플이 자체적으로 제안했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바탐섬에서의 에어태그(AirTag) 생산 및 반둥에서 오버이어 헤드폰용 직물 제조 시설 확장, 기존 교육시설 확대 계획 등은 모두 애플이 당초 계획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는 협상이 인도네시아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았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국 정부는 '10억 달러'라는 숫자에서 모호한 현금 투자 1억 6천만 달러만 추가로 얻어내는 데 그쳤다. 이처럼 정부는 명목상의 숫자에 집착하다 결국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혜택을 얻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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