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와크프 법 개정, 행정 개혁인가 정치적 무기인가?

와크프 법 개정에 반대하는 인도 무슬림들의 시위 현장

The Economist 2025년 3월 8일호

Article: A new law targets India’s third-biggest landowner: Allah

인도의 와크프(Waqf) 법 개정안은 겉으로는 단순한 법률 정비로 보이지만, 실상은 국가의 경제적 근간과 종교적 권력 균형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거대한 정치적 장치에 가깝다. 현재 와크프 기금이 관리하는 부동산은 인도 전역에서 87만 개를 넘으며, 그 총 가치가 무려 14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규모는 인도군과 국영 철도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부동산 자산이다. 따라서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인도 정부가 국가의 주요 부동산 시장을 직접 장악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 법안의 표면적 목적 뒤에 숨은 정치적 의도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와크프 기금의 부정부패와 비효율성을 척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모디 정부가 집권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 온 힌두 민족주의적 권력 강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2019년 카슈미르 자치권 박탈, 2020년 시민권법 개정, 2024년 아요디야 힌두 사원 개장까지, 모디 정부는 지속적으로 종교적 균형을 힌두교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을 펼쳐 왔다. 이번 와크프 법 개정안 역시 이러한 전략적 흐름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이 법안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지점은 '와크프 사용자 지정(Waqf by user)' 개념의 폐지다. 전통적으로 와크프 재산은 기증자의 의도를 따라 특정 목적에 영구적으로 사용되는 자산이다. 그러나 문서화되지 않은 수많은 와크프 자산이 수백 년의 역사적 관습에 의해 인정받아왔다. 예컨대 18세기에 세워진 델리의 의회 거리 모스크(Parliament Street Mosque)는 공식적인 문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관습으로 와크프 자산으로 간주되어 왔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정부는 이처럼 문서화되지 않은 와크프 자산을 손쉽게 공공 소유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즉, 인도 정부가 무슬림 공동체의 경제적 토대를 직접 통제하는 법적 명분을 얻게 되는 셈이다.

와크프 개혁 자체가 문제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실제로 와크프 운영에는 오랫동안 투명성 부족과 부정부패의 문제가 존재했다. 그러나 여기서 핵심은 형평성이다. 정부는 힌두 사원, 시크교 구루드와라, 기독교 교회 등 다른 종교 단체의 자산 관리에 대해서는 철저히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오직 와크프에 대해서만 이처럼 강력한 개입을 시도하는 것은, 결국 특정 종교 공동체를 타겟으로 한 정치적 목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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