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뮈엘 베케트 - 고도를 기다리며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신을 위해 신을 포기해야 하고 정의를 위해 정의를 포기해야 하고 사랑을 위해 사랑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인간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이기심과 오만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 우리가 그럴 수 있다면 왜 고통이 있겠습니까! 아, 우리가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왜 슬픔이 있겠습니까!
선생님, 저는 어떤 사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능력이 너무 부족해서 오래 전에 그 사람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단 한 순간도 그 사람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언젠가 성공해서 다시 그 사람을 만날 거라는 희망을 단 한 순간도 버린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을 저를 살게 했습니다. 제가 삶을 살아야 할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저 하나 죽어도 세상은 미동도 없다는 걸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인간은 세계의 부품에 지나지 않고 제 죽음이 파리의 죽음보다 비극적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죽지 않고 살았습니다. 언젠가 그 사람을 만나겠다는 희망이, 그 희망이 저를 살게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글을 보니 선생님께서는 제게 그 희망조차 버리라고 말하시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게 이렇게 말할 것만 같습니다.
“당신은 희망 때문에 산 것이 아니다. 살기 위해서 희망이 필요한 뿐이었다. 당신은 우선 살고 싶었다. 그래서 희망을 만든 것뿐이다. 당신도 알고 있지 않은가? 당신은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될 일이 없다는 것을. 당신은 단지 살고 싶어서 그 사람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아! 정말 그런가요? 저는 단 한 순간도 제가 그 사람을 사랑을 하고 있다는 걸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래요, 그렇습니다. 저는 제가 조금은 고귀한...